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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월 Jun 15. 2023

행복을 얻는 간단한 방법

ㅡ존 무스의 그림책 <돌멩이국>


#1

복, 록, 수 세 스님이 산길을 따라 여행하면서, 무엇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지 얘기를 나눕니다. 지혜로운 수 스님은 함께 알아보자고 합니다.


마을에 내려간 세 스님은 가뭄과 홍수, 전쟁까지 겪은 마을 사람들의 냉대를 받습니다. 낯선 사람들을 믿지 않는 이들은 심지어 이웃 간에도 의심하며 지냅니다.  


마을 사람들이 문을 열어주지 않자, 스님들은 돌멩이국 끓이는 법을 가르쳐주기로 합니다.  


스님들이 불을 피우자 호기심에 이끌린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밖으로 나온다. 스님들이 옛날부터 돌멩이국에는 소금과 후추를 넣어야 한다고 하자, 마을 사람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음식재료를 가지고 옵니다. 스님들이 계속해서 국에 들어갈 필요한 재료를 말하자, 기꺼이 재료를 가지러 집으로 달려갑니다.


어느새 돌멩이국은 건더기가 푸짐해지고 맛도 좋아집니다. 한 사람이 마음을 열자 마을 사람들 전체가 마음을 열고 자기 것을 내놓은 것입니다.   


국이 다 끓자 마을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합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마을잔치가 벌어집니다. 음식을 먹고 나자 마을사람들은 그림자연극도 보고 노래도 부릅니다. 그렇게 굳게 닫혔던 마음의 빗장을 열고 믿음을 회복합니다.    


스님들이 떠날 때가 되자 마을 사람들이 말합니다. 스님들 덕분에 마음이 너그러워졌고, 서로 나누면 모두가 넉넉해진다는 것을 배웠다며 고마워합니다. 그러자 스님들이 대답합니다. 행복해지는 것은 돌멩이국 끓이는 것만큼이나 간단하다고.

 

#2

영국의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매트 리들리가 펴낸 『이타적 유전자』라는 책에 따르면 인류는 비정한 자연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집단을 이루고, 이타적인 본성을 진화시켜 왔다고 합니다. 이것은 이성적 인간이 선택한 최고의 전략이랍니다.


그는 인간의 유전자는 이기적이고 동시에 이타적이라고 설명하면서, 인간의 도덕과 사회성은 이타적 유전자의 명령에 따라 나타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지닌 덕(德, virtue)의 기원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경쟁이 아닌 협력은 인간이 진화하면서 터득한 지혜라는 말을 덧붙입니다.  


자연 생태계에서 분업, 전문화는 멸종에 이르는 길입니다. 서로 의존하고 도우며 살아갈 때 생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전문화를 지향하는 우리 모습은 어떤가요. 옆에 있는 동료가  무얼 하는지조차  알 길이 없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생활합니다.  표준화, 전문화라는 이름으로 칸막이를 치고 살아온 지 오랩니다. 학문적, 직업적 세계로 들어가면 더 심합니다.


물론 깊이 있게 한 영역을 파고들어 가는 연구는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는 자세로 권장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교류나 협력 없이 이루어지는 분업과 전문화는 서로를 소외시키고 배타적으로 만듭니다.


이러한 경향은 상생을 지향하는 길이기보다는 도태의 길을 재촉할 뿐입니다. 인류가 자연 생태계에서 얻는 지혜를 무시하는 꼴과 같습니다. 생태계에서 분업과 전문화는 멸종에 이르는 길인 까닭입니다.   

  

#3

돌멩이국이 푸짐하고 맛있게 된 비결은 마을 사람들이 음식재료를 가지고 와서 국이 풍부해졌기 때문입니다. 국에 담긴 음식 재료가 섞이며 풍미가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종종 음식을 해본 사람은 경험으로 압니다. 간단한 음식을 하나 만들 때에도 서너 가지 재료가 들어가고, 이들 재료가 어떻게 섞이고 조화를 부리는지는 몰라도 마법과 같은 맛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일상에서 해 먹는 음식 하나도 이러할진대 사람들이 하는 일은 더 말할 게 없습니다.  


종종 우리는 잊고 삽니다. 귀찮다는 이유로, 간섭받기 싫다는 이유로 상호부조가 가진 행복의  진리를 모른 체합니다. 대신에 스스로 고립과 단절을 자초합니다. 돌멩이국을 같이 먹을 때의 행복감을 모르던 마을 사람들처럼.  


우리가 혼자서 할 일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서로서로 연결돼 있고, 서로 의존하면서 살아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거기에 행복이 있고, 진정한 기쁨이 살아 있습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기억할 겁니다. 점점 각박해지는 사회 현실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면 더불어, 나누며 살아가는 미덕입니다.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하는 국을 계속 먹고 싶다면, 나누고 협력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스님들의 말처럼 행복해지는 것은 돌멩이국 끓이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 됩니다.


#돌멩이국

#나눔

#협력

#행복

#그림책이선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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