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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월 Mar 11. 2024

지나치게 애쓰지 않기

지금, 여기


어느 날 갑자기 수영강사 네모 씨는 원형탈모가 시작되자 병원을 찾습니다. 의사는 네모 씨에게 “이건 정말 중요한 문제”라며 약을 줄 테니 처방대로 따르라고 지시합니다. 이때부터 네모 씨는 탈모와의 전쟁을 시작합니다.


그는 의사가 통풍이 중요하다고 하자 모자를 벗고, 땀나는 운동을 하지 말라는 말에 자전거 출퇴근, 새벽 달리기, 주말 등산을 그만둡니다. 또 의사의 지시대로 뜨거운 목욕 대신 미지근한 샤워를, 같이 사는 강아지조차 멀리 합니다. 그뿐 아니라 하루 3번 식후 30분에 약을 먹고 연고를 바르고, 두피 마사지를 받고 침을 맞습니다. 좋아하는 맥주도 마시지 않습니다.  


갈수록 네모 씨의 일상은 해야 할 것들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이 점점 늘어납니다. 그동안  좋아했던 일들이 하지 말아야 할 금지사항이 됩니다. 그런 그에게 의사는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됩니다. 이게 가장 중요해요!”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처방전대로 살 수밖에 없었던 네모 씨. 갈수록 스트레스가 쌓여 갑니다. 좋아하는 개그 프로를 보면서도 웃지 못하고, 수영장 회원들이 웃을 때마다 신경이 곤두서고, 귀엽던 아이들도 귀찮아집니다. 머리 모양을 바꾸어도 보고, 가발도 써 보지만 머리카락은 자꾸 빠집니다. 동전만한 크기의 작은 문제가 삶을 삼켜버리는 커다란 문제가 됩니다.   


어느 날, 탈모 치료를 하다가 삶의 균형이 깨졌다는 걸 알게 된 네모 씨는 따뜻한 욕조에서  기분 좋게 흔들리는 물결을 보며 편안함을 느낍니다. 냉장고의 시원한 맥주를 떠올리자 웃음이 나옵니다. 좋아하던 것들을 하나둘 떠올리던 그날 밤, 네모 씨는 결단을 내립니다. 욕조에서 나오자마자 면도기를 들어 머리를 밀어 버립니다. 그림책 작가 조원희의 그림책 《중요한 문제》의 이야기입니다.  


탈모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를 곤혹스럽게 합니다. 다양한 치료약과 시술법이 인기지만, 효과를 본 사람 못지않게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습니다.


탈모 현상은 거역하지 못하는, 나이 들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유전적인 영향도 큽니다. 의학 기술로 늦추는 건 가능할지 모르지만 노화 현상이 가져온 탈모 증상을 근본적으로 통제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럴 땐 분별이 필요합니다. 사회학자 라인홀트 니버가 <평온을 비는 기도>에서,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을 분별하는 지혜를 달라고 간구한 것처럼.  


   하나님이여,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에 관해서는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용기를 주옵소서.

   바꿀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주옵소서.

   그리고 바꿀 수 있는 것과 바꿀 수 없는 것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옵소서. (---)


그림책의 주인공은 자신이 바꾸지 못하는 탈모를 막으려 애를 쓰다가 스트레스로 고통을 겪습니다. 참다못해 자신을 괴롭히던 머리를 시원하게 밀어버리고 홀가분해집니다. 지나치게 애쓰던 고통의 덫에서 자신을 해방시키는 결단을 내립니다.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비로소 깨닫습니다.    


우리가 바꿀 수 없는 것, 우리의 통제권을 벗어난 것에 집착하면 스트레스 받지 않을 재간이 없습니다. 이건 탈모만이 아닙니다. 인생에 만나는 문제 중 당신이 바꾸지 못하는 것 모두가 그렇습니다. 이럴 땐 내려놓음이 답이 되기도 합니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삶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릅니다.  


*숙고명상

최근 당신이 지나치게 애쓰는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보자. 당신이 바꿀 수 있는 것인지 바꿀 수 없는 것인지 생각해보자. 만약 바꿀 수 없는 것에 집착하고 있다면 내려놓자. 집착을 내려놓을 때 당신의 삶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상상해보자.


#1분이야기숙고명상

#지나치게애쓰지않기

#조원희_중요한문제

#평온을위한기도

#집착

#내려놓기

#명상인류로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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