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는 집에서 반가운 전화를 받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회사를 나서는 아저씨의 얼굴에 싱그런 미소가 번집니다. 그런데 회사를 나서자마자 생각지 않은 별의별 사건이 일어납니다.
세찬 비에 우산이 뒤집히고, 난데없는 회오리바람에 휩쓸려 쓰레기통에 처박힙니다. 이런 불운에도 아저씨는 히죽해죽 웃습니다. 짜증이 날만도 한데 ‘아무렇지도 않아요’를 외칩니다.
설상가상 아저씨의 불운과 수난(?)은 계속 이어집니다. 지나가던 트럭에 실려 있던 밀가루 봉지가 아저씨 머리 위로 떨어지고, 갑자기 맨홀에서 악어가 나타나 신발을 물어 갑니다. 그래도 아저씨는 웃음을 잃지 않습니다.
악어의 등장보다 더한, 황당한 사건이 계속 벌어집니다. 번쩍번쩍 빛나는 외계인이 나타나 그가 쏜 광선총에 맞아 쓰러지고, 집에 도착했다 싶은 순간에 갑자기 등장한 캥거루와 권투시합을 벌이게 됩니다. 아저씨는 시합에서 난타를 당합니다. 그럼에도 아저씨는 히죽해죽 천진난만하게 웃을 뿐입니다.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이윽고 집에 도착한 아저씨. 가족들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반깁니다. 반가운 소식이란 다름 아닌 집 나간 고양이를 찾았다는 것. 아저씨가 히죽해죽 웃은 진짜 이유입니다.
이 이야기는 일본 만화계에서 손꼽히는 만화가이자 그림책 작가인 사사키 마키의 그림책 《히죽해죽 아저씨》입니다. 연이어 덮쳐 오는 수난에도 마지막까지 웃음을 잃지 않는 아저씨의 모습이 유머스럽고 정겹습니다.
히죽해죽 아저씨가 하루 동안 겪은 사건치고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황당한 사건이 이어집니다. 어떤 상상도 허용되는 것이 그림책의 세계이니 가능한 일입니다. 히죽해죽은 흐뭇한 듯이 슬쩍슬쩍 자꾸 웃는 모양을 뜻합니다. 비슷한 말로는 ‘히죽히죽’ “히쭉해쭉‘이 있습니다.
살다 보면 예상치 않은 일들이 많이 벌어집니다. 우리 삶의 영역 바깥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할 때도 적지 않습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망연자실하거나 벌컥 짜증을 내거나 좌절하기도 합니다. 히죽해죽 아저씨처럼 웃음으로, ‘아무렇지도 않아요’라고 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러나 히죽해죽 아저씨처럼 웃음으로 넘길 때도 필요합니다. 우리의 통제 영역 밖에서 일어나는, 즉 악어나 외계인, 캥거루 같은 사건은 어쩔 수 없는 수난입니다. 여기에 이런저런 저항을 한다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받아들일 때 새로운 세계가 눈에 들어옵니다.
히죽해죽 아저씨를 웃게 한 것은 아주 작은 일입니다. 잃어버렸던 고양이를 되찾는 사건은 누군가에게는 큰 일이지만, 앞서의 사건에 비하면 작은 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고 사소한 일에서 기쁨을 찾는 히죽해죽 아저씨. 우리 한 번 따라해볼까요?
*숙고명상
최근에 당신을 어리둥절하게 만든 황당한 사건을 떠올려보자. 그때 당신은 어떻게 반응했나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떻게 행동하는 게 최선이었을까요?히죽해죽 웃는 여유를 갖는다면 어떤 상황이 펼쳐졌을까요? 웃고 나면 상황을 조금 더 명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느긋한 현존으로 하루를 살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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