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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월 Mar 04. 2024

도둑맞은 칠면조 요리

지금 여기


2차 세계대전 때의 일입니다. 전쟁이 한창이던 와중에 크리스마스가 찾아왔습니다. 연합군 진영에서는 특식으로 칠면조 요리가 나왔습니다. 전쟁 중에 칠면조 요리라니, 장교들은 하나같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곧 식탁이 차려지고, 장교들은 신나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습니다. 성미 급한 사람은 입맛을 다시곤 했습니다.


한 장교가 식탁에 앉자마자,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옆자리에 앉더니,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마음을 표했습니다. 칠면조 요리를 앞에 두고 담소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이야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화 주제에 흥미를 느낀 두 사람은 열띤 토론에 빠졌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 두 사람은 식탁을 내려다보고선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아, 내 칠면조!


두 사람은 마디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쌌습니다. 탁자 위에 있던 칠면조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누가 훔쳐 간 거야!”


주변 사람들은 울부짖은 장교의 소리를 들었고, 그 소리에 놀라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누구도 장교의 칠면조 요리를 가져간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두 사람은 자신의 잘못을 눈치챘습니다. 이야기에 빠져있는 동안 칠면조 요리가 입 안으로 들어가는 걸 몰랐던 것입니다. 연신 입으로 칠면조 요리를 가져갔지만 맛을 느끼지 못한 채 삼켰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윤종모 성공회 주교님이 들려준 일화입니다.   


우리 역시 장교들과 같은 경험을 해 보았을 것입니다. 핸드폰을 보느라 음식 맛을 느끼지 못하고, 딴생각을 하느라 멋진 경치를 놓치고, 생각에 빠져 다른 이의 말을 듣는 등 마는 등 했던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아인스타인이 말했습니다.


“여자에게 키스하면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면, 당신은 키스에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아마 이 상황이었다면 운전을 해도 키스를 해도 감흥이 없었을 것입니다. 정신이 팔려 소중한 순간의 경험을 느끼지 못하는 건 불행한 일입니다.


의도적인 멈춤과 현존 없이는 삶을 음미하기 어렵습니다. 멀티태스킹은 결과적으로 실수도 많고 성과도 더딥니다. 또 스트레스 호르몬이 다량 분비되어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순간과 기쁨을 놓치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할 때 칠면조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칠면조를 도둑맞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멀티태스킹 대신 싱글태스킹이 필요합니다. 싱글태스킹이 곧 마음챙김입니다.


*숙고명상

당신은 싱글태스킹, 멀티태스킹 중 어느 쪽인가요? 여전히 멀티태스킹이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무엇을 하든 한 번에 하나씩 온전히 만나보자. 이 작은 실천이 삶에 어떤 변화를 불러오는지 관찰해 보자.


#1분이야기숙고명상

#지금_여기

#도둑맞은칠면조요리

#현존

#명상인류로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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