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때의 일입니다. 전쟁이 한창이던 와중에 크리스마스가 찾아왔습니다. 연합군 진영에서는 특식으로 칠면조 요리가 나왔습니다. 전쟁 중에 칠면조 요리라니, 장교들은 하나같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습니다.
곧 식탁이 차려지고, 장교들은 신나는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습니다. 성미 급한 사람은 입맛을 다시곤 했습니다.
한 장교가 식탁에 앉자마자, 반갑게 인사하며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옆자리에 앉더니,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마음을 표했습니다. 칠면조 요리를 앞에 두고 담소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두 사람의 이야기는 쉽게 끝나지 않았습니다. 대화 주제에 흥미를 느낀 두 사람은 열띤 토론에 빠졌습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 두 사람은 식탁을 내려다보고선 깜짝 놀라 소리쳤습니다.
“아, 내 칠면조!”
두 사람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쌌습니다. 탁자 위에 있던 칠면조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것입니다.
“누가 훔쳐 간 거야!”
주변 사람들은 울부짖은 장교의 소리를 들었고, 그 소리에 놀라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습니다. 누구도 장교의 칠면조 요리를 가져간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두 사람은 곧 자신의 잘못을 눈치챘습니다. 이야기에 빠져있는 동안 칠면조 요리가 입 안으로 들어가는 걸 몰랐던 것입니다. 연신 입으로 칠면조 요리를 가져갔지만 맛을 느끼지 못한 채 삼켰던 것입니다. 이 이야기는 윤종모 성공회 주교님이 들려준 일화입니다.
우리 역시 장교들과 같은 경험을 해 보았을 것입니다. 핸드폰을 보느라 음식 맛을 느끼지 못하고, 딴생각을 하느라 멋진 경치를 놓치고, 생각에 빠져 다른 이의 말을 듣는 등 마는 등 했던 적이 있었을 것입니다. 아인스타인이 말했습니다.
“여자에게 키스하면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면, 당신은 키스에 제대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이다.”
아마 이 상황이었다면 운전을 해도 키스를 해도 감흥이 없었을 것입니다. 정신이 팔려 소중한 순간의 경험을 느끼지 못하는 건 불행한 일입니다.
의도적인 멈춤과 현존 없이는 삶을 음미하기 어렵습니다. 멀티태스킹은 결과적으로 실수도 많고 성과도 더딥니다. 또 스트레스 호르몬이 다량 분비되어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순간과 기쁨을 놓치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할 때 칠면조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칠면조를 도둑맞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멀티태스킹 대신 싱글태스킹이 필요합니다. 싱글태스킹이 곧 마음챙김입니다.
*숙고명상
당신은 싱글태스킹, 멀티태스킹 중 어느 쪽인가요? 여전히 멀티태스킹이 유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무엇을 하든 한 번에 하나씩 온전히 만나보자. 이 작은 실천이 삶에 어떤 변화를 불러오는지 관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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