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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월 Apr 23. 2024

당신이 행복해지려면

지금, 여기


독일 베를린에서 비통한 슬픔과 용서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했을 때의 일입니다. 워크숍이 끝나갈 무렵 강의실 뒤에 있던 어떤 한 여성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소리쳤습니다.


“용서에 대해 말씀하신 내용을 줄곧 경청했는데, 제 아버지는 강제수용소에서 포로로 잡혀 있었고, 저는 아버지를 죽인 사람들을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제 마음은 얼음장처럼 얼어 있을 뿐입니다.”


그때 다른 편에 있던 한 여성이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워크숍에 모인 사람들은 ‘이제 강제수용소 이야기와 그곳에서 죽어간 사람들의 비통한 이야기가 나오겠구나.’ 하고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제 마음도 역시 얼어붙었습니다. 마치 딱딱한 돌 같아요. 제 부친은 강제수용소 감시원을 했던 나치 군인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사람들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아버지를 결코 용서할 수 없습니다.”


소리 하나 없는 정적이 흘렀습니다. 무겁고 긴장 넘치는 분위기, 이어지는 정적. 이 날 피해자의 딸과 가해자의 딸은 자신의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두 여성은 200명이 꽉 들어찬 대형 회의실을 곧바로 가로질러 걸어왔습니다. 그리고는 만나자마자 서로를 부둥켜안았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의 가슴이 하나로 합쳐졌습니다. 두 사람의 포옹. 그 누구도 어떤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들의 포옹을 대신할 그 이상의 위대하고 감동적인 사건은 없었으니까요.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포옹한 채 위로하고 용서하고 치유했습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하나됨을 몸이 감전된 채 감동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프랭크 오스타세스키가 지은 《다섯 개의 초대장》에 나오는 용서에 관한 일화입니다.


피해자와 가해자인 두 여성의 포옹. 언어를 너머 많은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지금껏, 그들은 그들의 표현대로 얼음장이 되고, 돌멩이가 된 채 인생을 살아왔습니다. 두 사람은 그 무엇으로도 메워지지 않고 치유되지 않은 채로 긴긴 삶을 살았습니다.


포옹은 이것을 무화시켰습니다. 두 사람은 아버지를 죽인 가해자, 아버지가 지은 수치스러운 죄를 용서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순간, 가슴으로 서로의 적의와 죄책감을 이해했고 치유와 용서를 결정했습니다. 서로 안의 적대감과 수치심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얼마나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괴로웠는지를 연민과 자비의 마음으로 바라본 것입니다.


보편적 연민. 이런 담대한 행위가 가능했던 이유입니다. 모든 영적 전통에서는, 우리가 가진 보편적 연민을 존재의 타고난 양상이라고 합니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면 돕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는 것이지요. 맹자가 말한, 다른 사람에게 차마 할 수 없는 마음, 즉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이 있다는 것입니다.  


불인인지심은 남의 고통을 차마 지나치지 못하는 착한 마음입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과 동정심입니다. 맹자는 인간이면 이런 연민의 마음을 갖고 있다고 보았던 것 습니다.


그런데 용서는 어렵습니다.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맨 마지막에 놓곤 합니다. 자신에게 아픔과 고통을 가한 상대를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아마도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꼽으라면 바로 용서일 것입니다.


용서는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 용서가 있고 그런 조건 없이 하는 용서가 있다고 합니다. 조건 없는 용서는 자신에게 하는, 자신을 먼저 용서하는 방식입니다. 미움과 원망이 더 이상 용서를 가로막지 않는 방식입니다. 나의 괴로움을 내려놓기로 작정한 용서입니다.   


조건 없는 용서를 말하면 분개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사과나 회개 없이 용서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죠. 이 사회의 진실과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도 이런 방식의 용서는 허용되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합니다. 당연한 주장입니다. 용서 이전에 진정한 사과와 회개는 필수입니다. 저 또한 이 과정을 생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용서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측면에서 바라보는 관점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비난과 원망과 저주와 적개심과 수치심과 죄책감과 같은 감정은 당자를 아프게 하고 병들게 하고 삶을 망가뜨립니다. 주변에 이런 고통의 감옥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스스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감옥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딱 하나입니다. 용서입니다.


우리 마음속엔 연민의 씨앗이 자라고 있습니다. 너와 네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자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각성 경험은 삶을 소중하게 고 기쁨으로 충만하게 사는데 긴요합니다.


연민의 지혜는 우리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행복하려면 가해자, 피해자인 우리 자신에게도 연민과 자비를 베풀어야 합니다. 조건 없는 용서는 그중의 하나입니다. 세계적인 영적 스승인 달라이라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면 연민을 실천에 옮겨 보세요. 당신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면 그때도 마찬가지예요.”


당신이 행복해지려면, 당신 자신에게 연민과 자비를 허하라. 달라이라마가 전하는 행복 레시피입니다.


*숙고명상

당신에게 상처를 준 사건을 떠올려보라. 어떤 느낌과 감정이 올라오는지를 관찰한다. 솔직하고 진솔하게 마음으로 관찰하는 일지를 써 본다. 이번에는 상대의 입장에서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적어본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존경하고 지혜로운 사람을 떠올려보자. 만약 그 분이라면 어떤 현명한 해법을 제시할 것인지를 적어 본다. 그가 전한 해법과 그의 의미를 숙고하고 삶 속에 적용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1분이야기숙고명상

#지금여기

#당신이행복해지려면

#달라이라마

#연민과자비

#명상인류로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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