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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월 May 15. 2024

연민이 하는 일

지금 여기


쿠 클럭스 클렌(KKK라고도 불리는 백인 우월주의자 단체) 지부를 이끌던 래리 트랩은 미국의 네브래스카 주뿐 아니라 이웃 아이오와 주에 사는 흑인과 동양인, 유대인 가족까지 공포에 떨게 한 인물입니다. 그는 여러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집을 폭탄으로 테러했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게다가 그는 1991년 3월에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 있는 인도차이나 난민수용소에 불을 지르고 거기에 ‘국스 Gooks(한국 사람을 비하하는 말) 작전’이란 이름을 붙인 장본인입니다. 그는 또 백인 우월주의를 바탕으로 한 TV시리즈를 방송에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마이클 위저와 그의 아내 줄리는 유대인 부부입니다. 네브래스카 주 링컨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들 부부는 곧 트랩의 표적이 되었고 여러 차례 협박 전화를 받았습니다.


트랩은 혼자 살았습니다. 당뇨병 말기 환자였던 그는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었습니다. 위저는 전화로 그와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위저는 트랩에게 식료품점에 데려가 주겠다며 도움을 제안했습니다. 트랩은 할 말을 잃었고 마음이 누그러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위저의 집 전화가 울렸습니다. 전화의 주인공은 트랩이었습니다.

“밖에 나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위저 부부는 그날 밤 함께 식사하자며 트랩의 집을 방문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트랩은 망설이다가 제안을 받아들였고, 아파트 3호실에 산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위저 부부가 아파트 안으로 들어오자 트랩은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곤 나치 문양이 새겨진 반지를 빼냈습니다. 이내 그들은 함께 웃고 울고 껴안았습니다.


트랩은 자신이 가입해 있던 모든 인종차별주의 단체에서 나왔습니다. 자기가 협박하거나 괴롭혔던 많은 사람에게 사과 편지를 썼습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트랩은 자기가 살 날이 일 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침실이 두 개 달린 집에서 세 자녀와 함께 살던 위저 부부는 트랩을 집으로 불렀습니다. 트랩의 상태가 악화되자 줄리는 간호사 일을 그만두고 그를 돌봤습니다. 그러느라 밤을 새우기도 했습니다. 여섯 달 뒤에 트랩은 유대교로 개종했고 그로부터 석 달 뒤 사망했습니다.


이 일화는 에디 자카파가 지은 《비폭력으로 살아가기》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주변엔 전혀 변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주장이 강하고 완고하며 자신의 말과 행동을 마치 진리인 양 여기는 사람들입니다. 자기 신념이 스스로를 삼켜 버린 사람들,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변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을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도 변할 때가 있습니다. 따뜻한 연민과 사랑을 가진 사람이 옆에 있으면 가능합니다. 그들의 온기가 마음의 빗장을 푸는 열쇠가 됩니다. 위저 부부가 인종차별주의자 래리 트랩을 변화시킨 게 좋은 예입니다.  


과오를 저지른 사람에게 분노하고 비난하고 판단하기는 쉽습니다. 그러나 비난은 비난으로 돌아오고 판단은 판단으로 돌아옵니다. 이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연민을 선택하면 됩니다. 연민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미래를 창조합니다. 연민은 힘이 셉니다.


*숙고명상

고집 세고  완고한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늘 있게 마련이다. 당신은 그들을 어떤 태도로 대했는가? 그들을 구제불능이라고 판단하고 비난하지 않았던가. 만약 잠깐이라도 그들을 연민으로 대하며,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게 뭔지 주의를 기울인다면 어떻게 될까?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관념을 멈추고, 존재 자체로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1분이야기숙고명상

#연민이하는일

#지금_여기

#명상인류로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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