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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월 Feb 27. 2023

내 삶의 풍경을 바꾸려면  

ㅡ수행이 필요해


강의를 하거나 자격과정을 진행할 때 제일 먼저 하는 훈련이 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지금 이 순간, 여기에 앉아 있는지, 또 수업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를 살피는 의도 훈련입니다. 의도는 말 그대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 계획이나 생각입니다. 훈련은 보통 눈을 감고 의도를 자신에게 묻고 답하는 시간으로 구성됩니다.   

 

이 훈련을 하는 이유는 처음에 가졌던 초심을 확인하고, 의도를 상기함으로써 풀어진 마음을 새롭게 다잡기 위해서입니다. 의도 훈련을 할 때와 하지 않을 때 차이가 나는데, 보통은 자신의 목표에 좀 더 가깝게 해 주고 수업에 보다 즐겁게 참여하도록 자극을 줍니다.   


의도를 정하면 주의가 달라지고 관심 대상이 바뀝니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달라지게 되지요. 틈나는 대로 저는 호수공원을 찾습니다. 그때마다 오늘은 어떤 걸 보게 될까, 어떤 존재들이 새롭게 다가올까를 떠올립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풍경이 달리 보입니다. 며칠 사이에 호수는 물빛깔이 달라져 있고, 나무줄기는 푸르게 변신을 거듭하고 있으며,  꽃들은 공원을 찾은 방문객을 웃으며 반깁니다.


자주 가던 장소였고,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훤히 알고 있지만 하나같이 새로운 옷을 갈아입었다는 걸 경이롭게 관찰하게 됩니다. 이렇듯 의도는 주의의 질을 높이고 작은 변화에도 세심하게 눈길을 보내게 해 줍니다.   


그런데 우리의 삶은 초심을 잃어버리고 순간이 주는 기쁨을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의도의 중요성을 간돠합니다. 보되 보지 못하고 듣되 듣지 못하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세계적인 마음챙김 명상과 자기연민 연구자인 샤우나 샤피로도 그 같은 경험을 책에다 적고 있습니다.    


언젠가 한 번 그녀는 강연 때문에 유럽에 머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바람에 당시 여덟 살이던 아들 잭슨과 2주 동안 떨어져 지내야 했지요. 그전까지 아들과 오랫동안 헤어져 본 적이 없었던 그녀로서는 집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2주 만에 만나는 아들 잭슨과 서먹해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든 것이지요.


‘오랫동안 집을 비운 게 애초에 잘못된 선택이었을까?’

‘잭슨이 나를 피하면 어떡하지?’

‘내가 여전히 사랑한다는 걸 잭슨이 알까?’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녀는 아들에 대한 죄책감이 심하게 몰려왔습니다. 그녀는 이를 떨쳐버리기 위해 아들을 만나면 다음과 같은 일을 하리라 마음을 먹습니다. 집에 도착하는 대로 짐도 풀지 않고 우편물이나 이메일 확인하는 것도 미루고 하루를 온전히 아들과 보내겠다고 결심을 합니다.  


마침 그녀가 도착한 날은 화창한 여름의 어느 토요일이었습니다. 그녀는 아들과 해변에서 뛰어놀기엔 더없이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고 곧바로 물놀이 장비를 챙기고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부지런히 만듭니다. 그리고 짐을 차에 실으면서 이웃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지요. “오랜만이에요! 오늘 도착했어요!” 겉으로는 도착을 알리는 인사였지만 속마음으로는 “보세요, 내가 얼마나 좋은 엄마인지!”를 자랑하고픈 마음이 들었습니다.   


소풍 준비를 완벽하게 마친 그녀는 집 앞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아들을 불렀습니다. “얘야, 준비 다 됐다. 얼른 와. 해변으로 출발하게.” 그녀는 부푼 마음으로 아들을 재촉합니다. 그런데 아들은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좀 더 큰 소리로 아들을 불렀습니다. 자신의 목소리에서 조바심이 묻어나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이번에도 아들은 그녀 쪽으로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그러자 그녀는 서서히 짜증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어? 이 기분은 뭐지?’


그녀는 잠시 멈추었습니다. 그 순간, 자신의 마음속에서 다음과 같은 의제가 있다는 걸 깨닫습니다. ‘우린 점심시간 전까지 해변에 도착해야 해. 그래야 완벽한 햇살 속에서 완벽한 소풍을 즐기며 완벽한 하루를 보낼 수 있어. 그럼 난 완벽한 엄마가 될 수 있어.’


다음 순간, 그녀는 비행기에서 굳게 다짐했던 의도가 떠올랐습니다. 그땐 얼른 집에 돌아가 아들의 뺨을 비비며 엄마가 무척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은 마음뿐이었지요. 그녀는 아들에게 걸어가서 옆에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아들은 개미 떼가 줄줄이 지나가는 모습을 넋 놓고 보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보기에 하찮은 일이었지만, 아들에게는 눈을 떼지 못할 만큼 흥미로운 광경이었지요.


그녀는 그런 아들의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보았습니다. 그러고 있자니 그녀의 마음이 점점 차분해졌고, 등에 내리쬐는 따사로운 햇볕과 깊어지는 자신의 숨결을 느꼈습니다. 잠시 후, 아들이 그녀 쪽으로 슬며시 몸을 기울입니다. 곧 몸의 기운을 빼고 온전히 기댑니다. 그 순간, 그녀는 깨닫습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한 거야.’


그녀는 초조함 때문에 하마터면 이 순간을 놓칠 뻔했다는 생각이 들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 순간, 해변, 소풍, 시간 따위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죠. 그녀는 자신의 몸에 기대어 쉬는 어린 아들이, 또 둘이 함께 있는 이 순간이 진정 중요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샤우나 샤피로의 이야기는 처음에 정한 의도를 상기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 줍니다. 뒤늦게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아들과 해변으로 소풍 가는 것보다 온종일 같이 지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닫습니다.  


우리도 그녀처럼 초심을 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잃어버리고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거나 화를 터트리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과 다투는 원인이 됩니다.      


의도를 정하거나 처음에 정한 의도를 기억하는 일은 삶을 원하는 방향대로 가도록 해 줍니다. 무엇보다 삶에서 진짜 중요한 게 뭔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의도를 가지고 보면 전에 보지 못한 것을 보게 됩니다. 관심과 사랑이 깊어집니다. 감탄사를 더 많이 터트리게 되고 배려하는 마음은 두세 배 더 커집니다. 의도가 삶의 풍경을 바꾸는 마이더스 손인 까닭입니다.


#의도

#주의

#수행이필요해

#명상인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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