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명상
매화 찬(讚)
복효근
가령
이렇게 섬진강 푸른 물이 꿈틀대며 흐르고
또 철길이 강을 따라 아득히 사라지고
바람조차 애무하듯 대숲을 살랑이는데
지금
이 강언덕에 매화가 피지 않았다고 하자
그것은, 매화만 홀로 피어있고
저 강과 대숲과 저 산들이 없는 것과 무에 다를 거냐
그러니까
이 매화 한 송이는
저 산 하나와 그 무게가 같고
그 향기는 저 강 깊이와 같은 것이어서
그냥 매화가 피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어머, 산이 하나 피었네!
강 한 송이가 피었구나!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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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면 호수공원 매화밭을 기웃거립니다. 오늘은, 내일은 폈으려나 하면서 말이지요. 남녘은 매화 축제를 한다고 시끌시끌한데, 제가 있는 일산엔 아직 싹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제나저제나 매화가 꽃봉오리를 터트릴 날을 초조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기다립니다.
시인의 매화 사랑은 저보다 깊은 듯합니다. 매화 한 송이가 핀 걸 두고 산이 하나 피고 강 한송이 핀 것으로 여기자 하니 말이지요. 고백하건대, 시인이나 저나 매화에 대한 연정은 쉬이 끝나지 않을 사랑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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