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길은 없다

나를 단단하게 하는 시간

by 심월


길을 잘못 들어섰다고

슬퍼하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삶에서 잘못 들어선 길은 없으니

-박노해, <잘못된 길은 없다>중에서


박노해 시인은 우리에게 삶에서 실패란 없다고 말합니다. 비록 우리가 발을 내디딘 길이 잘못된 길처럼 보이더라도, 그 길을 통해 결국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요. 누구나 뜻하지 않게 엉뚱한 길로 들어서기도 합니다. 원하던 목적을 이루지 못했을 때, 예상과 다른 결과가 찾아왔을 때 우리는 쉽게 좌절합니다. “이번 생은 틀렸다”라는 자조 섞인 말을 내뱉기도 하지요.


그러나 시인은 포기하지 말라고, 그 길 또한 삶의 일부라고 말합니다. 어둠의 길에 들어섰다 해도, 그 끝에서 빛나는 길 하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사노 요코의 그림책 《두고 보자 커다란 나무》는 시인의 말처럼 잘못된 길이 새로운 깨달음을 불러오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아름드리 커다란 나무 옆에 사는 아저씨는, 나무가 성가십니다. 새들이 모여 아침잠을 깨우고, 가을이면 끝없이 낙엽이 쏟아집니다. 아저씨는 매번 중얼거립니다.


“두고 보자.”


결국 참다못한 아저씨는 도끼를 들어 나무를 베어버립니다. 하지만 그 순간이 바로 잘못된 길임을 깨닫습니다. 나무가 사라지자 아저씨는 여러 불편을 겪습니다. 나무가 없으니 그늘에서 쉬지도 못하고, 열매도 얻지 못합니다. 무심히, 당연히 누리던 혜택이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나무가 주었던 풍요를 알게 됩니다. 아저씨는 그루터기를 끌어안고 하염없이 울음을 터트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잘린 그루터기에서 새싹이 돋아 납니다. 그 후로 아저씨는 정성껏 새싹을 돌보며 다시 나무를 키워냅니다. 잘못된 선택이 깨달음의 문을 열고, 그 깨달음이 새로운 삶을 살게 해 줍니다.


모든 새로운 길이란

잘못 들어선 발길에서 찾아졌으니

때로 잘못 들어선 어둠의 길에서

끝내 자신의 빛나는 길 하나

컴컴한 어둠만큼 밝아오는 것이니


시인은 잘못 들어선 발길이 오히려 새로운 길을 낳는다고, 어둠의 길을 지나야만 자기만의 빛나는 길에 닿는다고 노래합니다. 우리는 흔히 “잘못됐다” “망했다”라고 단정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 길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없었던 경우가 얼마나 많았나요.


삶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날이 더 많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실패라 이름 붙이는 곤란합니다. 오히려 그때의 빗나감이 삶을 더 단단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주기도 하니까요. 그림책의 아저씨가 새싹을 발견하며 다시 나무를 키우는 것처럼, 우리의 잘못된 발길도 언젠가 빛나는 길을 밝혀주기도 합니다.


혹시 지금 잘못된 길 위에 서 있다고 느끼시나요?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이 길 끝에서 당신만의 빛나는 길 하나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고. 그러니 슬퍼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오늘도 묵묵히 한 걸음 걸어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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