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데이케어센터에서 그림책을 읽어주는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경도 치매 어르신을 위한 1년 프로젝트입니다. 일곱 명의 그림책행복플러스연구소 자원봉사자 분들과 함께 매주 월요일 1시간 30분 동안 그림책을 읽고 관련 활동을 진행합니다.
어르신들은 치매의 정도에 따라 1급에서 5급으로 나누어집니다. 그림책 읽어주기 프로그램에 오시는 분은 4~5급 수준의 어르신들입니다. 인지능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대화가 가능하고 그림책의 내용을 이해하며, 손으로 조작이 가능한 분들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각각 네 분입니다.
이번 주는 권정생 선생님의 그림책 <강아지똥>을 읽어드렸습니다. 목소리와 표정, 제스처에 변화를 주어 다이나믹하게 하되, 어르신들이 어린아이 취급받는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반응을 살피며 읽습니다. 경도 치매 어르신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그림책 선정부터 활동까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만, 현장에서 어르신의 반응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누가 보면 우스꽝스러운 연극배우가 따로 없을 겁니다.
오늘은 지저분한 이야기를 하겠다며 너스레를 떨면서 그림책을 읽었습니다. 조금 있으니 몇몇 분들이 피난시절 먹을 게 없어 고생했다는 얘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습니다. 평소 말수가 적었던 한 할머니께서는 어린 시절 학질에 걸린 가족에게 개똥을 달여 먹였다는 얘기를 하셨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져 차마 그림책을 읽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림책 읽기를 마치고 민들레 바탕 그림에 색종이를 찢어 붙이는 활동을 했습니다. 잘게 부서진 강아지똥이 고운 민들레꽃을 피우는 장면을 떠올리면서 손작업을 해보자고 제안했지요. 손가락을 움직이는 활동은 뇌를 자극하여 인지능력을 강화시켜 준다는 점을 착안한 활동입니다.
민들레 그림 위에 노랑과 연두, 초록의 색종이 조각을 붙여 나갔습니다. 색종이 찢는 걸 옆에서 도우면서 어르신들의 표정을 보니 진지하면서도 즐거워 보였습니다. 그림책의 내용과 관련된 이 활동이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이 만든 색종이 민들레가 하나둘 완성되었습니다. 하나같이 거칠고 투박합니다. 손의 움직임이 느린 데다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쪼글쪼글 주름진 손으로 하나하나 색종이를 정성스레 붙여간 민들레는 그 어떤 민들레보다 예뻤습니다. 이제껏 내가 만난 그 어떤 민들레보다 살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