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이 반

비폭력으로 살아가기 30일

by 심월


다섯 연으로 된 짧은 자서전 / 포르티아 넬슨


1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곳에 빠졌다.

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 구멍에서 빠져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2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걸 못 본 체했다.

난 다시 그곳에 빠졌다.

똑같은 장소에 또다시 빠진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빠져나오는 데

또다시 오랜 시간이 걸렸다.


3

난 길을 걷고 있었다.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미리 알아차렸지만 또다시 그곳에 빠졌다.

그건 이제 하나의 습관이 되었다.

난 비로소 눈을 떴다.

난 내가 어디 있는가를 알았다.

그건 내 잘못이었다.

난 얼른 그곳에서 나왔다.


4

내가 길을 걷고 있는데

길 한가운데 깊은 구멍이 있었다.

난 그 둘레로 돌아서 지나갔다.


5

난 이제 다른 길로 가고 있다.



오늘부터 시작하는 <비폭력으로 살아가기 30일>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우연히 인스타에 올라온 안내광고를 보고 결정했지요. 물론 즉홍적인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쯤 내 삶에서 비폭력대화를 실천해 보고픈 마음이 컸습니다.


참여 방법은 간단합니다. 《비폭력으로 살아가기》라는 책을 한 챕터씩 읽고, 나누고 싶은 구절이나 일상의 삶에서 실천한 내용을 인증글로 올리면 됩니다. 어느 날은 몇 장을 읽어야 된다는 규칙도 없습니다. 그냥 각자의 속도대로 읽으면 됩니다.


아마도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을 겁니다. 비폭력의 삶을 살아간다는 게 마음 굳게 한 번 먹는다고 되는, 간단한 일이 아니니까요. 어렵고 힘든 도전이자 여정이 될 게 뻔합니다. 나도 예외 없이 위의 시의 화자처럼 ‘깊은 구멍에 빠지는’ 날이 많겠지요.


하지만 이 시는 구멍에 빠지지 않는 방법도 알려줍니다. 그게 희망이라면 희망입니다. 하나는 내가 '어디에 있는가를 알'고 구멍에 빠진 원인을 남에게서 찾지 않고 나에게서 찾는 겁니다. 즉 '내 잘못'으로 여기는 것이죠. 가능성이 열리는 신호입니다.


또 하나는 구멍의 실체를 알아차리고 마지막 연에서처럼 '다른 길로' 가기로 마음을 먹는 겁니다. 똑같은 패턴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자각과 굳은 결의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이 두 가지 해법이 비폭력에 관한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내면화하는데 현실적인 가이드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시작이 반’이란 속담을 깊이, 진심으로 믿어볼 참입니다.


“비폭력은 내키는 대로 입었다 벗을 수 있는 옷이 아니다. 비폭력이 우리 마음속에 머무르게 하고, 우리 존재에서 떼어낼 수 없는 일부가 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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