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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moon Feb 24. 2017

'처음'이라는 단어

Day 2-6, Madrid, Spain



#넋을 빼앗긴 채 함께 나누고 부른 

  기쁨과 슬픈 가슴의 빛 또한

  첫 느낌의 아름다움

Vasco(Feat. B. L. X, Cubic) - 첫 느낌  中


솔 광장을 거쳐 대법원, 프라도 미술관, 중앙 우체국, 알칼라문까지 마드리드 주요 관광지의 반 정도를 돌았다. 날은 저물어 진한 파란색의 하늘이 마드리드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수많은 점포의 노란 조명과 어우러진 파란 하늘은 유럽의 밤 풍경을 더욱이 낭만적이게 했다.


우린 노천카페에서 잠시 걸음을 멈췄다. 휴식의 이유보다는 급작스럽게 신호가 온 친구의 생리현상 때문이었다. 한국이었으면 아무 상가 건물에서 급하게 해결을 했겠지만, 유럽의 화장실은 아무리 찾아도 도통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때문에 우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 쉴 겸 하는 생각으로 겸사겸사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VIPS



내가 주문한 것은 틴토 데 베라노. 샹그리아에 탄산수를 섞은듯한 맛이다. 환타 포도향에서 알코올이 살짝 첨가된 느낌. '술을 빨대로 먹게 될 줄이야.' 하긴, 소주 몇 병을 마시는 사람에게 이런 류의 음료는 사실 술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목을 따끔하게 통과하는 차가운 액체. 그 짜릿함은 묵혀있던 피로를 한방에 넉다운시킨다. 계속해서 달달하고 시원한 것이 목을 쭉쭉 통과한다. 살짝 두통이 느껴질 것만 같은 시원함이다. 그리고 트림이 나올 것 같이 가슴 어딘가가 팽창한 느낌으로 마무리된다.


친구가 돌아오기도 전에 한잔 더 주문을 했다. 차분한 밤바람과 어우러진 도시의 잔잔한 소음. 달달한 음료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유럽의 풍경들까지. 다음 일정을 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큰 후회가 없을 만큼 그 순간은 나에게 참 소중했던 것 같다.

그 순간이 너무 벅차올라 사진을 연달아 찍었다. 무엇이라도 더욱 남기고 싶었다. 마치 그 순간에 내가 그곳에 존재했었다는 것을 어떻게든 증명하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마드리드는 사실 주변 사람들이 가장 볼 게 없다고 한 도시였다. 때문에 여행 계획에서도 마드리드는 거의 바르셀로나를 가기 위한 중간 다리 역할이었고, 머무르는 시간도 가장 짧았다. 그 낮은 기대치 때문이었는지 별생각 없이 머물던 마드리드는 정말 아름다웠다.

  

처음이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유럽 땅을 처음 밟은 도시이기에.


처음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힘. 처음이라는 단어 뒤에는 어떤 단어가 붙더라도 나름의 특별함을 자아내지 않는가. 첫사랑, 첫 키스, 첫 경험 등.


처음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특수성과 비례하여, 사람이 겪는 모든 최초의 경험은 자신에게 극적인 순간이 될 확률이 높다. 여태껏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움이라는 것을 가져다주기에,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익숙함으로 점철될 테니.


가끔은 그 바람이 왜곡된 기억을 남기기도 한다. 이를테면 첫 키스 같은 것.

그리 아름답지도 않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라 우물쭈물했던 그때.

서투르고 어색했던 모습이 아닌 본인 스스로 순수했다고, 아름다웠다고 나름 특별하게 해석을 하는 것.


마드리드의 느낌도 처음이라는 단어가 만들어낸 과장된 기억일까 싶다. 하나 그것이 허상이라 해도, 그렇게 남아있다. 그리고 변하지 않을 것 같다.




Season.1  - 안녕. 그리고 안녕             

 [Spain, France]                   by.mindmoon


Metropol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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