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8, Madrid, Spain
#좋아하는 노래 속에서
맘에 드는 대사와 장면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 흐르는 온기를 느끼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면서
물을 준 화분처럼 웃어 보이네
가을방학 - 취미는 사랑 中
돈키호테 동상을 뒤로하고, 마드리드 왕궁을 찾았다. 낡은 앨범에 있을법한 흑백사진을 보는 것만 같다. 흑과 백의 색 외에는 어떤 색도 허용하지 않은 폐쇄적인 느낌, 그러나 그만큼의 도도함 역시 지니고 있는 듯했다. 빳빳한 정장을 입은 말 한마디 걸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의 노신사처럼.
구슬픈 현의 소리가 들려온다. 장발의 사내가 처음 보는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고막을 간지럽게 쓸어내듯 얇고 섬세한 소리가 저절로 걸음을 멈추게 한다.
순간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이 소리를 듣게 하기 위해 시간이 정지한 것만 같은 침묵이 흐른다. 사진을 찍을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오롯이 또렷한 그 선율에만 집중하게 된다. 연주가 끝나자 딱 현의 소리만큼의 가냘픈 박수 소리가 길거리를 메운다.
차분한 분위기만큼, 탁월한 선곡이다. 여행을 하면 만나게 되는 이런 선물과 같은 시간이 참 좋다. 조금 천천히, 잠시 쉬어가라고 나를 다독인다.
어차피 왕궁에 입장하기에는 늦은 시간이기에 몇 번의 연주를 더 들었다. 후해진 마음에 동전 몇 유로를 넣는다.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는 장발의 사내. 나도 눈썹을 살짝 올리며, 엄지를 치켜들며 무언의 답장을 보낸다.
우리가 듣는 음원이 몇 장의 여행 사진이라면, 라이브 앨범은 여행지를 배경으로 한 영화나 어떤 영상물쯤이 될 것이고, 그 가수의 콘서트장을 가보는 것이 바로 여행지에 도착해서 현지에서 느끼는 감동이라 하고 싶다.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영상으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생생함이 그대로 오감을 건드린다.
눈과 코와 귀와 입과 살결에 닿는 하나하나의 모든 것들이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전환되어 또 다른 세상에 존재했었다는 증거를 남긴다. 그리고 그 증거들은 추억이라는 결과물로 간직된다.
걸작이건 졸작이건 영화의 줄거리는 단 몇 줄로 요약할 수 있다. 그것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은 1분 내외. 그럼에도 우린 두세 시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할애하여 영화를 본다.
그렇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줄거리가 아니다.
러닝타임을 이루고 있는 수많은 장면들이다.
오늘도 이렇게 또 하나의 장면을 남긴다.
Season.1 - 안녕. 그리고 안녕
[Spain, France] by.mind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