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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moon Mar 06. 2017

그랬던 사람

Day 3-1, Barcelona, Spain



#넌 울고 있었고 난 무력했지

 슬픔을 보듬기엔 내가 너무 작아서

 그런 널 바라보며 내가 할 수 있던 건

 함께 울어주기

 김동률 - 동행 中



다음날 아침, 마드리드를 떠나 바르셀로나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바르셀로나 대성당이다. 1448년에 완공된 이 성당은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역시 성당 내부는 차분한 노란 조명이 채우고 있다. 그리고 가장 밝은 곳에 십자가가 보인다. 꼭 마주 잡은 두 손과 십자가를 향한 눈에는 짙은 진지함과 경건함이 서려 있다. 이내 눈을 감은 그들의 모습에선 고독함이 스친다. 그리고 한줄기 희박한 가능성에 몸을 던져버린 것만 같은 위태위태함이 드리워진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어떤 아픔이 그들을 여기까지 인도한 것일까. 한낱 관광객이 그 마음을 헤아릴 수나 있을까.     



Barcelona Cathedral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며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는 나 자신이 너무 초라하다고 느껴졌었다. 그 사람들이 가진 슬픔, 고통을 반만이라도 뚝 떼어 내가 가져갈 수 있었다면 그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조금 덜 힘들었을 텐데. 차라리 내가 조금 더 아프고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었을 텐데.


하나 이기적 이게도 이 무거운 마음이, 내가 너를 생각하고 있다는 그 알량한 선의의 표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서운했던 것 같다. 나는 이렇게 너를 생각하는데 어떻게 표현이 되지 않을 때,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무언가가 없어서


나는 그 사람에게, 그 사람은 나에게.

우리 관계는 고작 이것뿐이었던 건가? 하며.


    

공감보다 걱정이 앞설 때가 있었다. 너무 막연해서,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슬픔에 그들이 직면했을 때. 머릿속이 깜깜해졌다. 같이 슬퍼해줘야 할 텐데 왜 나는 그저 멍해지나. 이런 생각이 가슴 아닌 머리를 스쳤다. 무서웠었다. 마음속의 무언가가 고장 나서 공감 능력이 결여된 것은 아닌 걸까.

   

고작 영화 한편의 결말에, 좋아하는 가수의 가사 몇 글자에 그렇게 흔들리면서 어떻게 생생히 겪고 있는 현실에선 이렇게 무딜 수 있는지.     





그날 이후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해결책을 찾았다. 이럴 땐, 그 사람을 생각하기로 했다. 네가 이런 일을 겪어서 슬픈 것이 아닌 네가 슬프다는 그 사실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면 좀 나아진다. 함께 슬퍼하며 아파할 수 있다. 그러면 마음의 짐이 조금이라도 줄어든다. 그리고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하나 동시에 단점이 하나 생겼다. 내 사람이 아님에도 쉽게 흔들리며, 주변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마음이 가고 연민이 생긴다. 이전의 나보다 많이 약해지고 말랑해졌다. 주변 사람 모두가 아니라 할 때 괜히 더 신경이 쓰이고 손을 뻗고 싶어 진다.


그리고 가끔 이런 마음이 새로운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마음을 쏟다가 정작 내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할 때도 있으니.


이 자리를 빌려 이해를 바라고 싶다. 이런 사람이라 그랬음을.




Season.1  - 안녕. 그리고 안녕             

 [Spain, France]                   by.mind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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