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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moon Mar 07. 2017

빠에야의 진수, 7 Portes

Day 3-4, Barcelona, Spain



#드디어 오붓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여기가 바로 지상 낙원

 싸이(Feat. 이재훈) - 낙원 中



지친 다리를 편히 놓이고 마른 갈증을 시원한 맥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 허기진 배를 채우고 처음 보는 음식에 대한 기대감에 설레 하는 시간. 여행에서 식사시간만큼 즐거운 시간이 또 있을까. 


점심을 하몽 샌드위치로 대충 때운 탓인지 밀려오는 허기. 예약시간보다 조금 이른 이르게 우린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의 이름은 7 Portes(시에테 포르테스). 1836년 문을 연 전통 있는 식당으로 피카소, 달리 등이 주로 찾았던 곳이라고 한다. 오랜 세월을 품고 있음에도 세련된 외관이 인상적이었다.


이곳의 주 메뉴는 '빠에야.'

'빠에야'는 쌀·고기·새우·야채 따위를 함께 넣고 끓인 스페인식 볶음밥 요리로, 주식이 쌀인 한국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을 한 끼 식사가 될 것이었다. 빠에야의 본고장인 스페인. 스페인에 도착한 지 3일이 지나서야 그 명성을 확인하게 되었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부자 빠에야 2인분과 샹그리아. 짭조름한 올리브에 식전 빵을 곁들이다 보면 금세 나온다.

'부자 빠에야'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 부자들만이 먹는 빠에야란 뜻으로 갖가지 재료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관자, 로브스터 등 고급 해산물 재료에서부터 햄, 돼지고기, 치킨 등의 육류까지.


바다의 향이 물씬 풍기는 '빠에야.' 서빙되자마자 코에 닿는 진한 엑기스의 향. 이것은 해물라면의 수프를 물에 막 풀었을 때의 그것과 비슷했다. 비리 다기 보다, 오히려 고소한 그런 향.





식사가 나오면 담당 서버가 개인 접시에 빠에야를 덜어준다. 40%씩 각자의 접시에. 20%를 남겨두는 이유는 다 먹고 알아서 덜어 먹으라는 뜻이라 해석할 수 있겠다.


오래간만에 사용한 숟가락. 한입을 물자 카레 비슷한 향이 확 올라온다. 짭쪼름하면서 이색적이고 풍부한 향신료의 향이 나쁘지 않다. 아니 나쁘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상당히 좋다. 씹을수록 더욱 느껴지는 독특한 빠에야의 맛. 거기에 중간중간 씹히는 관자, 고기, 야채의 다채로운 식감이 아주 예술이다. 이질적이지 않은 맛 좋은 카레 해물 볶음밥이라 표현하고 싶다. 스페인에 도착해서 지금껏 먹었던 음식들이 다 잊힐 정도다.


단점이 한 가지 있다면 조금 짜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나에겐 조금 짰다. 기호에 따라 소금을 빼 달라는 스페인 언어인 '씬 쌀'을 미리 주문 전에 이야기할 수 있겠다. 나는 현지식 그대로를 체험해 보고 싶어서 그냥 오리지널 버전 그대로를 주문했지만 말이다.


짠 기운이 입안을 스칠 때마다 같이 주문한 달달한 샹그리아는 제 몫을 해낸다. 밥과 달콤한 음료는 자칫 상극으로 보일 수 있지만, 달콤함보다 드라이함이 더 큰 레드 와인의 끝 맛이 깔끔하게 혀를 세척한다. 몇 수저와 몇 모금의 반복된 조화. 포만감과 행복함이 비례하는 순간이다.





이토록 도수 높은 샹그리아는 처음이다. 알딸딸한 기운과 함께 끝난 저녁 식사. 3일 동안 빠에야를 참고 참으며 기다렸던 보람은 이렇게 큰 기쁨이 되어 돌아왔다.


오랜 시간을 지나오며, 그만큼 풍부히 숙성된 맛을 자랑하는 이곳. 시에테 포르테스.


이 음식점은 나중에 바르셀로나를 다시 찾을 좋은 이유가 되었다.




Season.1  - 안녕. 그리고 안녕             

 [Spain, France]                   by.mind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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