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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moon Mar 08. 2017

가우디, 사그라다 파밀리아, 꿈

Day 4-1, Barcelona, Spain



#때론 유치한 놈이 가장 진지한 법

 남에겐 별거 아닌 일에 두근대니

 돈에 먹히지도, 야망을 섬기지도 않는

 꿈을 꾸는 넌 과감히 길 걷겠지 또

 지조(Feat. Kebee, 효빈) - 꿈 中





다시 밝아온 아침.

밝아왔다기엔 찝찝한, 잔뜩 찌푸린 하늘에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서둘러 숙소를 나섰다. 까사바트요와 까사밀라를 보는 둥 마는 둥 하며 지나치고 예약 시간인 10시에 맞춰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도착했다.





어떻게 네가 감히.     

눈에 들어온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은 일반인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예술인만의 그 광기 그대로였다. 소름이 돋는다. 극한 아름다움에 취해 돋는 소름이 아니다. 공포를 머금은 혼돈의 불안감이 주는 소름이다. 찌뿌둥한 날씨가 한몫했겠지만, 우중충한 하늘과 맞닿은 갈색의 투박한 건물은 마계, 이계, 천계 등의 다른 미지의 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출입문 정도로 보였다. 성당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섰다.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마치 심판의 날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좀 더 가까이 다가섰다. 외부 조각이 매우 정교하다. 정교해서 더욱 괴기한 상상에 사로잡힌다. '하우스 오브 왁스'라는 영화에 나오는 밀랍인형화 된 시체들처럼 실제 사람이 들어가 있을 것만 같다. 예수의 탄생에서부터 죽음, 부활을 표현했다고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미천한 내 눈에는 죽음만 보인다. 표정 하나하나가 생생하다. 사람들이 이곳에서 자신의 삶을 비춰보길 원했다고 하는 가우디의 말대로라면, 내 삶이 그토록 어둠과 공포와 같은 부정적인 것들에 가까운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부로 향하는 문 앞에 섰다. 언뜻 들여다본 내부는 외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무언가에 홀린 듯 들어갔다.     





가우디의 역작이라 평가받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의 느낌을 표현하자면 지옥문을 지나 맞이하는 천국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괴기스럽고 기하학적인 투박한 성당 외부를 지나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맞이하게 되는, 스테인드글라스를 스쳐 지나온 색색깔의 영롱한 빛.


이곳은 신이 사는 곳이다. 황홀경, 그 이상에 푹 빠진다.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그 환상적인 성당 내부의 어디쯤에서

가우디처럼 평생을 바쳐 무언가에 미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40여 년간 성당 건축에 열정을 쏟다 남루한 모습으로 전차에 치여 죽을 때까지 한평생을 쏟았던, 그리고 지금에서야 인정받는 이 하나를 위해 달려왔던 그의 '꿈' 말이다.



Antoni Gaudi



'꿈'

내 꿈은 무엇이었을까.

   

유년 시절을 더듬거리다 보면

띄엄띄엄 스쳐 지나가는 기억.     

'과학자'혹은 '경찰관'

   

에디슨 위인전을 읽고 꾸었던 꿈.

로봇들이 악당을 무찌르는 만화영화를 보고 꾸었던 꿈.     


그때까지였던 것 같다.

'꿈'이라는 단어를 갖다 붙이기에 어울리는 기억이라고는.     


고등학교 때는 그저 좋은 대학에만 가면 모든 일이 술술 풀릴 줄 알았고,

대학교 때는 그저 연봉 높은 직장에 들어가기만 하면 모든 고민이 해결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평범한 대학을 거쳐,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버린 내 모습.

    

'꿈'보다는 '꾼'이 어울리는

이상의 목적지를 찾지 못한, 이성의 굴레에 갇힌 겁이 많은 '어른 아이'

     

사실 무서웠던 것 같다 좋아하는 것을 한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남들과 비교해서 '내가 좋아하는 일' 이 내가 그렇게 '특출 나게 잘하는 일' 이 아니었기에. 그리고 인정받기가 어려운 일이었기에.     


'안정'을 취하기 위해 버려야 했던 수많은 것들. 그리고 맘 한편의 아쉬움.     

그래서 참 그가 부러웠다. 그래서 참 그가 멋있었다. 그리고 참 고마웠다.     


잠시나마

눈을 감고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일렁임을 주었기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스페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한
로마 가톨릭 교의 성당
신을 전혀 믿지 않는 사람마저
변하게 만드는
어떤 의지조차 잘 하지 않는 나에게
또 한 번
'기도'라는 것을 하게 만들었다
          
여행이란 잠시
딱딱하게 가둬놨던
내 안의 무언가를 꺼낼 수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을 표출할 수 있는 것     
가우디의 혼이 담긴 곳에서
'가우디의 혼을 빌며'




Season.1  - 안녕. 그리고 안녕             

 [Spain, France]                   by.mind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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