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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moon Mar 08. 2017

만약에, 만약에 말야

Day 4-2, Barcelona, Spain



#만약에 말야 만약에 말야

  노을 (전우성 Solo) - 만약에 말야 中



여행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을 꼽으라면 난 주저 없이 몬주익 언덕을 꼽을 것이다.


아침부터 흐렸던 날씨. 오후에 잠시 들른 까탈루냐 미술관에서 바라본 우중충한 뷰에 기분이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만약' 날씨가 좋았더라면.          


그렇게 찝찝한 기운을 안고, 별 기대감 없이 올라탄 버스. 내리자마자 맞이한 몬주익 언덕에선 거짓말처럼 한줄기 빛이 내리쬐고 있었다. 그리고 점차 걷어지는 구름들. 빛에 반사하는 도시들. 극적인 순간.     



Montjuic



'만약'의 마법이 시작되는 순간. 그곳에서 '만약'을 되새긴다.     


'만약' 이란 단어는 미래에 어울리는 단어일까, 과거에 어울리는 단어일까.     


미래의 만약은 바람의 단어. 어떤 일이 이루어진다면.

과거의 만약은 후회의 단어. 그랬었더라면.     


나에게 어울리는 만약은 과거에 머물러있는 만약이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고 돌이킬 수 없기에 후회를 수반한다.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 많다. 일이건, 사람이건. 그 결과로 놓친 것들이 상당하다. 그 조금을 넘어서지 못해서, 그 찰나의 순간을 이겨내지 못해서. 내가 나를 이해할 수 없는 장면들이 차근차근 영사된다. 축적된 '만약'에 맘속은 날 선 한숨들로 가득해서, 가끔 그것들이 슬며시 튀어나와 쿡쿡 찌를 때가 많다.


그럴 땐, 그냥 웃는다. 어차피 내 통제 가능 범위를 벗어났기에.

그리고 이제 어떻게 대처해야 할 줄을 알게 되었기에.


후회를 이기는 것은 현실밖에 없었다.

후회하지 않을 행동을 할 것.

그리고 그 후회를 능가할만한 즐거움을 찾을 것.


회상을 접고, 현실로 돌아왔다. 몬주익 성을 마음껏 즐겼다.

오전 내내 축 늘어져있던 과거에 대한 반성처럼.

뜨거운 햇살과 고지대의 거친 바람, 그리고 짠 내가 섞인 바닷바람까지.

성벽 위에 드러눕기도 하고, 그 넓은 성 가장자리를 따라 몇 바퀴를 돌았다.     





'만약'이라는 바람이 이루어진 그 순간을 감사하며. 

'만약'의 마법이라는 염원이 통했는지, 아니면 그저 대기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기상 이변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알고 있긴 하다. 후자라는 것을. 그러나 염원이 통했다고 생각하고 싶다. 사람은 의미를 부여하기에. 그리고 그 미래의 기대감에 일희일비하기에.


미래의 '만약'을 품고 살아야겠다. 몬주익 성에서 느꼈던 그 '만약'을. 그리고 현실에 마주했을 때의 그 극적인 설렘을 간직하고 살아야겠다. 과거에 얽매인 내 삶 속에서도 어느새 해가 활짝 떠오른 몬주익 성을 계속해서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몬주익 성     
까탈루냐인들을 감시할 목적으로
저 높은 곳에 세워진     
'몬주익 성'     
이곳이 나중에
까탈루냐인들을 먹여 살리는
바르셀로나의 주요 관광지가 될 줄
그 누가 알았을까     

변화 속에 살아간다     
지금의 내 습관이
지금의 내 취미가
지금 만나는 사람들이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금에 충실하자     
사사로운 계산은 버리고
오롯이 지금을 느끼고 즐기자




Season.1  - 안녕. 그리고 안녕

 [Spain, France]          by.mind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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