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1, Sitges, Spain
#늦여름 조용한 바다
서늘한 바람이 분다
철 지난 플래카드.
텅 빈 가게 파라솔.
잘 지냈냐고 인살 건네네
Toy(With 김동률)
- 너의 바다에 머무네 中
다시 밝아온 아침. 맑은 날씨가 커튼 사이로 인사를 건넨다. 덩달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오늘 오전의 일정은 '시체스'를 가는 날이다.
'시체스'는 바르셀로나 남서쪽에 위치한 지중해 휴양도시이다. 최근 '푸른 바다의 전설'이라는 드라마에 나오며 더욱이 유명해졌다.
다행이었다. 다른 날은 그렇다 치더라도 오늘만큼은 꼭 날씨가 화창하길 바랬는데. 마침 아침부터 내리쬐는 햇빛이 여간 반갑지 않다. 드러난 피부가 바다의 햇빛에 새카맣게 탈지라도, 오늘만큼은 괜찮다.
기차여행의 묘미는 나른함과 이어진다. 노곤한 몸을 의자에 기대고, 유리창을 통과한 햇빛을 이불 삼아 잠을 청한다. 귀에 꽂은 음악이 간간히 또렷이 들려오면 조용히 눈을 떠서 창 밖을 바라보고, 어디쯤 일지를 가늠한다. 그렇게 몸을 배배 꼬며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로 한 시간여를 달려, 시체스에 도착했다.
바다 다운 바다다. 그렇다. 유럽 바다는 이랬어야 한다. 아침 일찍 움직인 탓인지 아직은 잔잔하기 그지없는 바다. 내심 섭섭하기도 했지만, 저 멀리 지평선까지 시선을 가로막지 않는 시야에 막혔던 무언가가 뻥 뚫린 것 같은 시원함을 느낀다.
나는 사실 휴양지를 별로 선호하지는 않는다. 특색 있는 도시를 좋아한다. 이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문화유산은 무엇인지. 보는 것에 대한 욕심이 상당히 강해서, 휴양지에서의 여유와 낭만은 시간의 낭비이자 사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특별히 잠깐의 휴양지를 넣었다. 그냥 바다가 보고 싶었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런 푸른 바다를 보고 싶었다. 유독 더웠던 2016년의 여름이어서 일까. 아니면 팍팍해진 마음 때문이었을까.
파란 도시를 걷는다. 물도 파랗고,
하늘도 파랗고, 건물도 파랗다.
나무들은 청의 의미로 파랗다.
하늘과 닮은 바다. 바다를 닮은 건물.
그 기운을 받아 마음까지 파래진다.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받은 지도
한 장을 달랑 들고, 시체스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바다를 거닌다. 똑같은 지중해지만 사람들이 멋대로 구분해 놓은 바다들이다.
걷는다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일이었을까 싶다. 도시와는 또 다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짠내가 섞인 바닷바람의 내음, 발가락 사이사이를 쓸어내는 고운 모래의 입자, 끈적임이 가득한 늦여름의 공기, 정수리를 태울 듯 내리쬐는 태양까지. 이 모든 것들은 하나로 귀속된다.
바로 늦여름의 바다로.
이날 난 생애 최고의 바다를 보았다.
1박을 하지 못함이 한스러울 뿐이었다.
다들 누워있는 바다 사이로 나와 내 친구만이 가장 빠르게 걸었다.
시체스
바르셀로나 남서쪽에 위치한
지중해 휴양도시
'시체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인
'파란색'을 풍부히 간직하고 있는 도시
나는 이곳에서 '산토리니'를
간접적으로 경험했다
Season.1 - 안녕. 그리고 안녕
[Spain, France] by.mind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