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2, Sitges, Spain
#코를 킁킁대며 확인해봐
물 흐르듯 흘러간 어제를
장재인 - 밥을 먹어요 中
내가 여행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음식'이다. 그러다 보니 음식으로 기억되는 여행지도 많다.
뿌빳뽕 커리를 먹었던
방콕의 '쏨분 씨푸드',
인생 최고의 돈까스였던
도쿄의 '오사무',
북경오리를 상하이에서 즐겼던
'라오 베이징' 등.
매끼 나름의 3가지 원칙이 있다.
그 나라의 전통 음식을 먹을 것.
그리고 그 가게의 시그니처 메뉴를 먹을 것. 마지막으로 그 나라의 술을 꼭 시킬 것.
맛있는 음식이 채워주는 포만감만큼 비례하여 커지는 행복함. 그리고 알코올의 알딸딸함이 가져다주는 기분 좋은 취기와 용감함까지. 이 또한 혀로 기억되는 추억의 일부이다.
그래서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식당 선택에 신중하다. 누군가는 동네 골목 어딘가에 위치한 현지인들이 드나드는 식당에서의 식사가 진짜 여행의 일부라고도 한다. 그 의견을 부정할 순 없지만, 내 기준에선 여행에서 몇 끼 되지 않는 식사의 기회를 한 번이라도 낭비하고 싶지 않다.
시체스에서의 식사는 이번 여행에서 유일하게 식당 선택의 기회를 열어두었던 곳이다. 딱딱하고 타이트한 일정 속에서 일말의 숨통을 트어 놨다고 할까.
아무런 정보도 없이 들어갔던 작은 가게. 해변을 정신없이 누비다 보니 밀려오는 허기. 뜨거운 햇살과 아침부터 일찍 움직인 탓에 잠깐의 휴식이 필요하기도 했다.
반가운 인사가 들린다. "Hola"
환하게 웃으며 능숙하게 식기와 냅킨을 세팅하고 메뉴판을 건넨다.
어색한 대화를 시작한다. 말보다는 몸으로 이루어지는 대화. 가장 핫하다는 시그니처 버거와 쉬림프 피자, 그리스 음식인 무사카와 까바를 베이스로 한 샹그리아까지 어찌어찌 주문을 완료한다.
"Perfect!", "Perfect!"
연신 남발하는 청년의 퍼펙트. 어떤 주문과 질문에도 환한 미소와 "Perfect"로 대답한다. 유쾌함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한 이 청년의 이미지. 이미 식사를 다 끝낸 듯 마음속 기분 좋은 포만감이 올라온다.
식사는 완벽했다. 치즈의 향이 고소하게 올라오는 무사카, 바다의 진한 내음이 입안 가득 퍼지는 쉬림프 피자. 사과 소스의 풍미가 기막혔던 햄버거까지. 함께 곁들인 까바 베이스의 샹그리아도 물론.
우연히 들인 발걸음에 마주한 우연한 행복함이었다.
마무리는 달콤한 수제 초콜릿과 커피 한잔의 여유.
여담이지만 샷을 얼음잔에 붓다가 흘려 물티슈를 주문하는데 또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 이번에도 최선을 다해 말도 안 되는 언어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이 친구. 없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식사는 어땠는지에 대해 묻는다.
나도 한번 따라 해본다.
"Perfect!" 더 큰 웃음과 함께 "Perfect!"로 화답이 돌아온다. 너무 기분이 좋아져 사진 한장을 찍자 했다. 그냥 후에 언제라도 이 사진을 본다면 기분이 좋아질 것만 같아서였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유쾌했던 식사. 유일하게 혀가 아닌 감정으로 기억되는 식사.
이름 모를 그 '퍼펙트 가이'와의 하이파이브와 웃음이 아직도 진하게 남아 있다.
Season.1 - 안녕. 그리고 안녕
[Spain, France] by.mind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