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3, Sitges, Spain
#Life is change and
I'm afraid of these changes
내 두려움을 이기는 방법을
잘 모르겠어 난
스윙스(Swings) - 육지담 中
시체스를 대표하는 단어. '누드비치'
누드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야릇한 환상보다는, 접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강한 호기심에 이끌렸다.
그리고 우연히 지나치던 한 해변가에서 그 진풍경을 맞이했다.
정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사람들. 멀찍이 서서 어쩔 줄 몰라하며 지켜보고 있는 내가 오히려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
불편함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역삼각형의 몸매와 식스팩의 복근, 콜라병 몸매. 전혀 아니다.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의 몸이었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어떤 아저씨의 몸.
살이 너무 쪄서 만날 때마다 주변 타박을 받는 어떤 친구의 몸.
학교 앞을 지나다 보면 마주칠 수 있는 마를 대로 마른 어떤 중학생의 몸.
제 집 소파에 있는 것 마냥 엎드려 책을 읽고 있었고, 제 집 안방처럼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홑몸 그 하나로 자연을 받아들이고 있었고,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정말 타인의 시선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혹은 완벽한 자유로움을 만끽하기 위해, 잡다한 신경을 닫아버린 것일까.
대리만족을 느꼈다. 나는 저렇게 할 수 없다.
비루한 몸 때문이 아니다. 무언가가 날 가두고 있다.
마치 수십 년 동안 흙이 쌓이고 쌓여 그대로 단단해져 버린 암석처럼 차곡차곡
그대로 굳어져 나를 가두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깨부술 용기가 아직은 없다.
다 멋은 몸처럼 누구에게 정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내비친 적이 있었나 싶다.
이 사람을 만날 때는 이런 모습. 저 사람을 만날 때는 저런 모습.
특정 집단에서 그들이 기대하는 나의 모습을 연기하고 살진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진짜 나의 모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포장하기 바빴다. 나는 이런 사람이란 것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그 인물에 맞춰 행동했던 것 같다 이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저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판단과 사고의 기준이 '나'에서 '남'으로 이동했고, 타인에겐 관대한 사람이 되었으나, 자신에게는 엄격한 사람이 되었다.
나의 약점을 내보이기 싫다. 그래서 더욱 격하게 더욱 못되게 행동하기도 한다. 상대방이 기대감을 갖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그냥 저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게끔 하는 일종의 방어기제다. 그리고 이는 콤플렉스에서 기인한 것 같다. 나는 나를 끔찍이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진 사람이기도 하다. 역설적이지만 열등감에 가득 찬 그 모습조차 사랑할 뿐이다.
타인이 기대하는 '나'라는 어떤 특정 이미지를 깨부술 용기가 아직은 없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타인이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없음을 이미 잘 알고 있다.
트루먼 쇼의 한 장면이 오버랩된다. 트루먼이 떠나고 난 후 TV를 보던 경비원들의 한마디. '다른 방송은 뭐 하지' 그걸로 끝이다. 내가 타인에게 별 관심을 갖지 않는 것만큼, 남들도 나에게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특히나 지인들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매번 묻는다고 욕먹을 정도로 무심한 사람이 나이기도 하다. 하나 그걸 알면서도, 좀처럼 행동으로 옮기기 쉽지 않다. 이제 곧 30인데. 아직 미완성인가. 지금이라도 나는 바뀌어야 한다.
소심하게 다가가 바다에 발을 담갔다. 물론 발가벗지는 않았다.
그때도 난 주변을 의식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것이 변화의 시작이었으면 한다. 시체스에게 그리고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굿 애프터눈, 굿 이브닝, 굿 나이트'
Season.1 - 안녕. 그리고 안녕
[Spain, France] by.mind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