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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moon Feb 21. 2017

아련한 그 이름, 톨레도

Day 2-2, Toledo, Spain


난 그저 다시 돌아 길을 가네
아무도 없는 작은 마을을
라라라라 날 부르는 너의 세상 향해
날 부르는 널 향한 여행을

김동률 - 여행 中



마드리드에서 버스로 40여 분을 달려 도착한

'톨레도'


미로처럼 이어진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에

아기자기함과 고즈넉함을 동시에 품고 있는 곳.     

 

황토색과 회색빛의 중간 즈음에 자리 잡은

이 마을의 색감은 한국의 그것과 닮은 단아함을 간직하고 있다.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이곳의 풍경은

색색깔의 옷을 입은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과

겹쳐져 오묘한 균형감을 이룬다.   


현대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도

톨레도만의 것을 놓아주지 않았다.          


뜨겁다 못해 따가울 정도의 햇빛 아래에서

한참을 그렇게 걷고 걸었다.







톨레도의 장점이자 단점은 GPS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불편함 덕에 조그만

틈이라도 생기면 바로 뿌리를 뻗치는 나무처럼

톨레도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의 반복에 지치고

갔던 길을 되돌아오고.

여름의 잔향이 채 가시지 않은 높은 기온에
땀을 뻘뻘 흘렸지만

그마저 고마운 도시였다.


가끔씩 마주한 중세시대의 기념품 가게.

길거리 가득 달달한 스페인 엿 '뚜론'의 향.

소코도베르 광장의 꼬마 기차 등.

지금 떠올려도 푸근한,

마치 동화 속 어딘가에 존재할법한 작은 마을을 모티브로 삼아 계획도시를 건설한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걷는 내내 그 시대와 문화를 겪어보지 못했음에도 아련함을 느꼈다. 이는 마치 도시를 벗어나 저 구석에 있는 오래된 식당에서 자극적이지 않은, 간이 삼삼한 담백한 음식을 먹는 것 같았다. 마음이 저절로 편안했다. 톨레도는 그런 도시였다.

고요함과 적막함이 잘 어울리는 도시.


나는 그곳에서 정말 잔잔한 영화 한 편을 보고 왔다. 크게 특별할 것 없는 평점 한 7점 정도의 영화. 별 액션도 없고, CG도 없고 특이한 갈등도 없는 그런 영화. 대신 현실에서 문득문득 생각이 나는 그런 영화. 보다 보면 내 삶과 같아서 한동안 푹 빠져버리는 영화.


크게 특별하지 않아, 더욱 특별했던 톨레도.


그 노란빛이, 회색빛이

점점 그리워진다.




Season.1  - 안녕. 그리고 안녕             

 [Spain, France]                   by.mind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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