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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dmoon Feb 22. 2017

현지 마트의 즐거움

Day 2-4, Madrid, Spain


#낯선 음식과 혀의 긴장

 그 밤에 오를 낯선 취기가

신치림 - 출발 中



톨레도를 떠나 오후 느지막이 다시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톨레도에서 시간을 더 보낼까 했었지만, 그렇다고 마드리드를 완전히 놓아주기에는 못내 안타까웠던 것 같다.


우린 우선 숙소에 들러 잠시 휴식을 갖기로 했다. 그저 단순하게 에어컨 바람이 필요했다. 정말 아름답고 수려한 풍경을 보고 왔건만, 8월 말 늦여름의 직사광선과 습도는 성인 남자에게도 꽤나 버거웠다. 그리고 아직 몸이 적응하지 못한 시차 탓도 있을 것이다.


꾸벅꾸벅 졸던 버스에서 일어나, 비몽사몽 한 상태로 솔 광장에 도착했다. 연신 하품을 내지르며 숙소에 가기 전 우린 물과 음료들을 살 겸 잠시 마트에 들르기로 했다. (오후 10시 이후에는 술을 팔지 않는 스페인의 법 때문이기도 했다)


우리가 향한 곳은 솔 광장 근처의 까르푸였다. 이미 우리에게도 익숙한 대형 마트 체인이다. 그러나 여행지에서 만나게 되는 마트는 아무리 익숙히 들어왔건 접해왔건,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여행지의 마트를 가면 참 기분이 좋아진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이 신기함 그 자체이다. 딱 보아도 그런 맛일 것이란 심증만 있는 과자, 유제품 종류에서부터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주류와 음료까지. 이곳에선 이게 비싸고, 저것이 싸고. 가성비를 따지는 모든 일련의 계산적인 생각이 사라진다. 그리고 호기심만이 남는다. 한국이었으면 절대 사지 않았을 것에 과감히 손을 뻗는 것이 그 증거이다.


오감을 살린 상상력으로 우린 그 물건을 선택하며 행복한 기대감에 빠져든다. 하루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그것들을 쫙 펼쳐놓고 시작하는 마무리의 일정. 그곳에서 우린 내가 고른 것이라며 우쭐 거릴 수도 있고, 한 입 먹고 미안하다며 얼굴이 빨개져 사과를 할 수도 있다. 마트는 그런 재미이다. 끝의 아쉬움을 기대감으로 수놓고, 마무리를 좀 더 풍족하게 해주는 재미.





까르푸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반기는 맥주들. 0으로 시작하는 몇 유로의 숫자들을 바라보며 머리를 급박하게 굴려본다. '이게 얼마라고?'


스페인 현지의 물가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과즙이 100%로 들어간 1.5L주스조차 천 몇백 원 정도. 맥주 한 캔은 몇백 원 수준이다. 관심 있는 품목만 보아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식료품은 대부분 정말 저렴했다. 마음 같아선 들이로 사다가 숙소에 두고 내내 먹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우린 내일 바르셀로나로 떠나야 했기에 간단히 까바 1병(스페인 샴페인)과 당장 갈증을 해소할 음료 등만 구입을 했다.


솔 광장을 가로지르며 벌컥벌컥, 게걸스럽게 음료수를 마셨다. 작렬하는 태양과 새파란 하늘. 그리고 목으로 들어오는 달달한 음료의 맛. 약간 나른한 상태여서 더욱 비현실적인 몽롱함에 사로잡혔던 그 순간. 우린 서둘러 숙소로 향했다.




Season.1  - 안녕. 그리고 안녕             

 [Spain, France]                   by.mind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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