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기일전ㅣ심리학기반일상전략
Psychoeducator/ mindmost 대표 박하승
인간에게 주어지는 감정은 그것이 어떠한 것이든 인간에게 필수적이다. 사람들이 소위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우리의 삶에 없어지다면, 그 상황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들을 발생시킨다. 우리가 불편하게 생각하고 피하고자 하며 마음 속에서 찢어내 버리거나 그 스위치를 내려 버리고 싶은 감정들 조차 신이 우리에게 준 귀한 선물이다.
우리가 흔히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감정들 중 한 가지가 바로 '불안'이다. 불안은 우리의 일상에 어떤 기능을 할까? 불안에 기능이 있다면, 이것을 불안의 긍정적인 측면으로 봐도 좋을것 같다.
불안은 생존에 필수적인 감정이다. 인간은 불안을 통해 다가올 상황에 대비하게 된다. 우울이 '과거'와 관련된다면, 불안은 다가올 '미래'와 주로 관련된다. 우울이 지나간 과거에 대한 반추로 인해 주로 발생한다면, 불안은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관련된다. 그렇기에 불안은 다가올 일에 대한 '신호탄'의 역할을 한다.
불안은 우리에게 '대비하라고 얼른!' 이라는 말을 건낸다. 그리고 '불안'이라는 감정의 신호에 따라서 우리는 맞서 싸울지(Fight) 혹은 도망칠지(Flight)를 결정한다. 만약 이러한 불안이 없다면 아마도 인간은 자신의 의 생명을 위협하는 환경이나 다른 동물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불안의 첫번째 기능이 '신호탄'이라면, 두번째 기능은 단시간의 즉각적 몰입이다. 불안감은 사람을 단기적으로 동기화시킨다. 우리는 학창시절에 얼마나 많이 불안의 힘으로 과제나 시험을 보아왔는지를 떠올려보라. 부모님의 불같은 성화나 선생님의 벌칙을 피하기 위해 우리는 단기적으로 동기화되어서 행동했을 것이다. 물론 그 정도의 불안감도 없었다면야 단기간의 동기화된 행동 역시 없었겠지
이러한 불안의 기능을 안 좋은 쪽으로 이용해먹은 사례 역시 많다. 역사적으로도 '불안'을 이용한 집단들은 많이 있었다. 정치에서는 시대상황에 대한 '불안'을 이용하여 사람들을 좌지우지 하였고, 종교 역시 사람들에게 과한 '불안감'을 조성함으로서 문제가 있는 교리를 전파하기도 하였고 사람들을 세뇌시켰다. 그만큼 '불안'에는 강력한 힘이 존재함을 그 감정을 이용하는 이들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불안은 다가올 사건이나 상황에 대해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미래'의 시점과 관련된다. 불확실한 미래를 매일 걱정하며 살아가는 것은 인간에게 기능적이지 않기에 인간은 기본적으로 안전하고 이상적인 세상을 마음 속에 그리며 살아간다. 즉, 자신의 일상에 있어서 특별한 어려움들이 발생할 확률은 낮게, 일상의 일들 혹은 그보다 긍정적인 일들이 발생할 확률은 그보다는 더 높게 생각하는 것이다.
아주대학교에서 정년을 맞이하시고 지금은 현역 교수에서 은퇴하신 심리학자 이민규 교수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울>이라는 본인의 연구에서 인간이 품고 있는 미래에 대한 기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사람들에게 우리의 인생 속에서 벌어질 만한 여러가지 사건들을 제시하고 이 사건이 자신의 삶에서 발생할 가능성을 -4점부터 4점까지 추정하도록 했다. 물론 -4점은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그리고 4점은 일어날 가능성이 분명한 것이었다.
표에는 '부정적인 사건'과 '긍정적인 사건' 목록이 있다. 상단의 '가족의 사고/중병'부터 '알콜중독'까지는 부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고, '무병장수'부터 '좋은 직장'까지는 긍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프를 딱 봐도 알겠지만 사람들은 부정적인 사건들에 대해서 나에게 발생할 가능성을 낮게 추정한 반면에 긍정적인 사건들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높게 추정했다. 이처럼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가는 인생을 어느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것을 가리켜 '통제감의 착각'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통제감의 착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불확실한 인생을 살아가는데에 훨씬 더 유익할 수 있다. 통제가능하다는 믿음이 우리가 일상을 충실하게 살아낼 수 있도록 해줄 뿐만 아니라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전념하도록 심리적 안전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통제감'을 깨트리는 극심한 불안을 주는 상황들이 우리의 일상에 존재한다. 혹은 상황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불안에 특별히 연약한 이들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혹은 예상되는 다양한 사건들에 극심한 불안을 경험하곤 한다. 그럼 이러한 불안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왠지 늘 불안하고 초조할 때가 있다. 불특정한 다양한 사건에서 불안감이 우리를 감쌀 때 우리는 어떤 방법으로 우리의 마음의 소용돌이를 잠재울 수 있을까. 우리에게 다가오는 불안감을 우리가 다룰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심리학자들은 불안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인지행동치료를 제안한다. 인지행동치료란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통해서 상태를 변화시키는것을 의미한다. 인지행동치료를 하는 치료자들은 우리가 하는 걱정과 관련한 내면의 사고과정을 자각하고 관찰하고 기록하도록 돕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이러한 걱정이 현실적이며 효율적인 것인지에 대해서 논하게 된다. 걱정의 비현실성과 비효율성을 인식하게 하고 불안감이 올라왔을 때의 다양한 대처방식을 습득하게 함으로써 불안을 줄여 나간다.
이러한 인지행동치료의 기술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것들도 많이 있다.
'걱정일기(worry diary)', '걱정시간(worry time)' '문제해결식접근(problem solving)'과 같은 기법은 우리가 실제로 스스로도 활용가능한 기법들이다.
걱정일기는 우리의 걱정사고를 기록하고 그것을 체계적으로 분석해보기 위함이다. 내가 걱정을 하게 된 시간을 적고, 상황을 적는다 그리고 당신이 그 상황에서 떠올리게 된 걱정거리를 적는다. 그 다음으로는 당신이 느끼게 된 불안의 정도를 적는것이다. 예를 들면 0점이 불안하지 않았다 라면 10점은 최고로 불안했다로 표시한다. 마지막 작업이 중요한데, 이러한 걱정이 실제 현실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사건에 대한 걱정인지(real event worry: ex 다음주에 있는 회사 프레젠테이션이에 사장님이 들어온데서 걱정되) 혹은 단순한 가정에 의한 걱정인지(hypothetical worry: 다음에 프레젠테이션을 잘 못하게 되면 나는 회사에 짤릴지도 몰라)를 표시한다.
만약 실제적으로 다룰 수 있는 걱정이라면, 그 걱정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다룬다. 해결책을 생각해보고, 각각의 해결책의 장점과 단점을 구체적으로 구분한다. 그리고 실제적인 해결방법을 선택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걱정에 대한 통제감을 회복시켜주고 능동적으로 걱정을 다루게끔 도와준다.
다른 경우로, 만약 걱정이 실제적이지 않고 단순한 가정에 의한 것이라면, 우리는 걱정시간을 계획하여 그 시간에 이러한 걱정들을 따로 떼어서 다루어 볼 수 있다. 먼저 내가 걱정을 할 시간을 정하고 하룻동안 했던 가정적 걱정들을 다시 써본다. 당신이 걱정을 다시 쓰면서 다시 알아차릴 것은 이 걱정은 분명히 다가올 사건이 아니라, 나의 생가 속 가정에 의해 나타나 효과적이지 않은 사고라는 것이다.
우리가 불안에 휩쌓일 때 우리는 그곳에 우리의 코를 박곤 한다. 즉, 내가 느끼는 불안이 무엇인지 그것이 무엇에 의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못한채로 그저 걱정이 주는 불안감에만 휩쌓인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방법론은 우리의 걱정에 통제감을 제공하고, 우리의 걱정의 많은 부분이 나의 생각과 행동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것이거나, 그렇지 않다면 비효과적인 단순한 가정에 의한 비효과적인 걱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 일부의 심리학자들이 제안하고 있는 것은 다름아닌 '운동하기'이다.
제스퍼(Jasper)와 동료연구자들은 운동이 불안에 대한 민감성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이들은 앞서서 설명한 인지행동치료적인 방법에 불안에 대한 운동의 효과를 설명하는 심리교육과 함께 일주일에 3번 20분간 런닝머신을 뛰는 운동처방을 포함시켰다.
연구자는 세개의 집단으로 나누어서 실험을 진행하였다. 세모선은 운동처방과 인지행동치료를 합친 것, 네모선은 운동처방만을 한것, 다이아몬드선은 처치가 진행되는 2주동안 아무런 개입도 받지 않은 집단이었다.
왼쪽 그래프의 세로 항목은 불안에 얼마나 민감한지 그 정도를 나타내고, 오른쪽 그래프의 세로선은 불안의 정도를 나타낸다. 두 그래프에서 주목할 부분은 운동처방만을 받은 집단이 인지행동치료적 방법론대로 처치를 받은 집단만큼 불안민감성과 불안의 정도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불안의 수준을 낮추는 운동의 효과는 참가자들에게 에어로빅을 시킨 연구 역시 보여준다.
그래프의 ASI는 불안민감성 정도를 보여주느데, 에어로빅 집단과 일반 집단의 참가자들은 20분마다 한번씩 불안민감성을 측정하였고, 1주일 뒤(follow up)까지 불안민감성을 측정했다.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에어로빅을 했던 집단의 경우 불안민감성이 급격히 낮아진것을 볼 수 있다.
"당신의 신체를 불안한 상황과 비슷하게 노출시키는 것"
운동의 효과는 우리가 불안을 느낄 때 우리의 신체의 변화를 운동을 통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서 그것에 우리를 노출시키는 것이다. 즉 불안할 때의 긴장감과 두근거림을 회피하지 않고 마주하게끔 연습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두가지 연구가 보여주듯이, 불안한 우리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좋은 방법 중 한가지는 '운동'을 통해 우리가 불안을 경험할 때의 신체반응으로부터 도망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불안을 다룰 것인가, 피해다닐 것인가
심리학이 제시하는 인지행동적 방법론과 운동처방은 우리가 불안과 직면하여 그 불안을 다룰 것인지 혹은 피해 다닐 것인지를 묻는다. 불안을 다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적극적으로 그 불안이라는 놈을 마주하고, 직접 통제하기로 결정하는 것이다.
지금의 현실이 불안한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책상으로가라, 그리고 펜을 들고 당신에게 불안을 주는 걱정들을 적으라. 그리고 그 걱정들 가운데 내가 통제가능한것과 통제불가능하거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나누라. 통제가 가능한것에는 솔루션을, 다른 것은 기꺼이 마주하기로 결심하라.
그리고, 그렇게 불안에 맞서기로 결정했다면 당신의 심장이 두근거리도록 뛰어라.
일상 속 넘쳐나는 걱정이 당신을 괴롭힐 때, 우리는 펜을 들어야 한다.
당신의 걱정을 수집하라.
언제, 언떤 상황에서 어떤 걱정을 했고, 얼마나 불안했는지를 적으라
그 걱정은 실제 일어날 사건에 대한 것인가? 혹은 단순한 가정에 의한 것인가?
*만약 당신의 걱정이 실제 일어날 일에 대한 사건이며, 그것을 다루어야 한다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걱정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 '걱정거리를 해결하는 일'을 해야 한다.
*우리는 실제 일어날 사건들을 해결할 방법들을 떠올리고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바쁘다.
불확실한 가정으로 인한 걱정보다, 실제 일어날 사건을 다루라.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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