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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자수 Mar 24. 2022

누구를 위한 성과급인가

교사의 성과급


분주한 3월이 어느덧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전문상담교사에게 있어 새 학년 새 학기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이다. 아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새 학기 상담주간 행사. 학부모 상담주간으로 분주하다. 게다가 학교에서 모든 방역을 담당해야 하기에  전교생의 진단키트 포장 업무까지...(아무 생각 없이 포장하다 보면 여기가 학교인지 나의 새로운 직장인지 아득해진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봄의 이벤트가 열린다. 바로 성과급! 코로나로 인해 침체된 경기를 조금이나마 회복시키기 위해 작년부터 3월에 성과급이 지급되었다.



과연 지난 1년의 근무 성적이 어떨까? 성과급은 얼마나 받게 될까? 받으면 무얼 할까? 행복한 설렘도, 부당한 억울함도 함께 섞여 소리 없는 탄식이 터져 나온다. 그래!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 올해 또 열심히 살아보자 다짐과 동시에 2022년 성과급 정량평가 지표를 만들기 위한 눈치 싸움이 시작된다.


다면평가위원회가 꾸려지고, 학교별로 정량지표를 손대기 시작한다. 누군가에게는 억울한 기준으로, 누군가에게는 매우 호의적인 기준으로 객관적인 기준이 현실 속에 교사들은 아우성을 친다. 올해는 또 어떤 기준일까? 많은 이들에게 합당한 기준일까? 누군가에게 점수를 몰아주기 위한 기준일까? 기준안을 받아 든 순간, 어떻게 노력해도 받을 수 없는 점수표를 보며....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사기가 사그라진다. 그것도 학기초에!



무려 10년 전, 처음 학교에 발령 났던 시절..  전문상담교사는 학교 내에서 소리를 낼 수 없는 비주류 존재였다. 그땐 교과교사에게 맞춰진, 다면평가위원에게 맞춰진 기준에 따라, 전문상담교사들은 대부분 최하위 언저리 점수에 그대로 껌딱지처럼 붙어 있었다.


2년 전 복직을 했더니 아니 웬일이야?! 세상에!! 비교과는 따로 평가기준안을 만들고 교육청에서 비교과끼리 평가한단다. 정말 이런 일이 이루어지긴 하는구나. 너무나도 행복했다. 수업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고유 업무인 상담 시수를 내팽개치고, 다른 교과교사들의 평균시수 점수만 받아야 했던 현실에서 벗어났다. 드디어!!


이렇게 공정한 평가가 시작되는구나. 교과교사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겠구나.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런데. 그 기쁨도 잠시!!! 이젠 더할 나위 없이 더욱 공정하지 못한 기준안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유인즉슨, 각 학교마다 비교과 교사의 기준안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복직한 첫해는 학교에 의견조차 내기 힘들어 교육청에서 내려온 기준안을 그대로 적용했다. 그다음 해엔 지역 내 전문상담교사들의 기준안을 보고 조금씩 수정했다. 그렇게 안착될 거라 생각했다.


....... 올해 또다시 비교과 교사의 기준안을 교과 교사에 통합시키겠단다. 전문상담교사만 정교사인 현재 학교에서 사서교사, 영양교사, 보건교사의 기준안을 따로 책정했더니 기간제 교사들끼리의 경쟁에서 교과교사가 너무 불리하단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학교 측 입장을, 아니,,, 몇 사람의 입장을 수용해야 하나? 싶었다. 구차하게 싸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비교과교사 대표로 협의회에 앉아있는 나로선.. 이젠 더 이상 개인이 아닌 한 그룹을 대표하는 대표자이지 않는가.


수업시수로 평균시수 점수를 받아야 하는 현실에서만이라도 우리를 지켜내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나 크다. '기본적으로 비교과 교사들끼리 교육청에서 경쟁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각 학교별로 기준 점수를 매우 높게 올렸다. 우리도 수업시수가 아닌 우리 고유 업무로 점수를 받게 해 달라.'라는 주장은 '선생님 개인적인 이유로 계속 이야기하지 마세요!'로 내팽겨쳐졌고..... 철저히 혼자..  패배자가 되었다.


지역 전문상담교사 단톡방에는 각 학교에서 마련한 다면평가 기준안이 올라온다. 어떤 학교는 업무의 고유성과 교육청에서 비교과교사끼리 경쟁하는 상황을 이해해줘서 각 개인이 알아서 기준안을 만들도록 한다. 가장 자신에게 유리한 기준안은 둘쭉날쭉이다. 가령, 어떤 학교는 1년간 상담 100건 이상만 되면 교과교사들의 수업시수의 만점을 받고, 어떤 학교는 500건 이상이 여야 한다. 어떤 학교는 자신이 하는 업무만으로 구성되었기에 내가 점수를 매겨봐도 99점이 나온다.


그런데 우리 학교는.... 학교의 상황을 알기에 더 이상 말은 할 수없다. 같은 일을 하고도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B등급을 예상한 시작은 전의를 상실케 한다. 올해 감투도 쓰고, 여기저기 공모로 예산도 많이 가져와 그 어느 때보다 일을 많이 할 예정인데 이미 나는 B이다..................


2일 간 내 안에서는 유치한 억울함과 분노가 뿜어져 나왔다. 성과급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패배자의 기분이 들게 한다면 성과급 제도가 과연 사기를 충전하게 할 명분인가. 그의 목적대로 생산성을 높이려는데 있는 것이 맞는가.

게다가. 기준안이 천차만별 다른 평가가 과연 객관성 있는 평가라 말할 수 있는가. 눈 가리고 아웅 하기 식의 기준안을 두고 교육청은 아무 생각이 없는가. 애초에 균등 분배하면 될 것을 가지고, 학교 안에서 서로 헐뜯고 싸우게 만드는지 정말 모르겠다.


..................................... 아이들을 사랑해서, 아이들을 만나고 싶어서 학교에 온 내가 이런 평가와 돈 때문에 마음이 상해 꽁해있는 꼴이 참 우습기도 하다. 애잔하기도 하다..... 결국 나도 사람이니까.....


하지만!! 1년간 나의 수많은 수고와 눈물이 종이 한 장에만 담겨질 평가는 아니니까.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S, A, B로 나누겠지만 나는 나를 그렇게 나누지 말아야지. 적어도 내가 만나는 아이들도 나를 이렇게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진 않을 테니까.


성과급 B가 나왔다고 해서 B급 교사가 아님을, 능력 없는 교사가 아님을, 최선을 다하지 않은 교사가 아님을 잊지 말자!!! 1년 뒤, 나의 2022년 근무성적이 B가 나왔다고 해서... 지금부터 애정을 가지고 꾸려나갈 1년이란 시간이... 결코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님을 기억하자!



p.s 공정하게 기준안을 만드는 학교도 많을 테다. 그러나 공정한 기준안이 과연 있을지도 의문이다. 학교에서는 각 개인에게 주어진 업무가 다 다르니까. 수업이 중심이 되는 학교에서 수업이 아닌 다른 업무를 더 비중 있게 평가하려는 것도 이상하다. 성과급 본질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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