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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자수 Oct 29. 2021

아침 햇살 같은 아이들

코로나 속의 등교 맞이


아침 햇살같이 싱그러운 아이들.

아이들과 오랜만에 생기 있는 아침을 맞이하였다. 비록 마스크 안에 갇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활기찬 에너지는 마스크 밖으로 삐죽삐죽 새어 나온다. 오늘따라 가을 하늘은 어찌나 드넓고 높은지 마치 하늘이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드넓은 포옹으로 꼬옥 안아주는 것 같다. 웃음소리가 꽉 찬 하늘이다. 광각렌즈를 최대한 확장해서 웃고 있는 아이들과 파아란 하늘을 한 데 담고 싶다. 그 모습을 흐뭇함으로 함께하고 있는 나까지도.      



참 오랜만이다. 등교 맞이 행사를 하는 날이 정말 오랜만이다. 코로나로 인해 학교 행사가 축소되고 거리 유지로 인해 무언가를 하기도 눈치 보이는 요즘이다. 지친 아이들에게 활기찬 아침을 선사하고 싶어 ‘등교 맞이’ 행사를 하고 싶었다. 응원의 말이 새겨진 마스크 패치와 함께 지치고 고단한 아이들의 일상을 위로하고 싶었다. 하지만 교감 선생님께서는 안된다고 하셨다. 서운하기도 했지만, 코로나 시국이라 조심스러운 교감 선생님 마음도 충분히 이해됐기에 기회만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후 학생안전자치부에서 ‘친구 사랑 등교 맞이 행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그래. 일개 계원인 나는 안 되는 거지. 역시 부장의 파워가 있어야 해.’였다. 밴댕이 소갈딱지만 한 내 마음에 서운함이 촘촘히 박혔다. 학교에 유일한 비교과 교사. 부장도 아닌 평교사, 상담교사인 나에게는 힘이 없다. 다시 찾아가 구구절절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냐는 이야기를 하기에도 참 유치스러웠다. 내 마음은 딱 유치원 수준이지만 내 겉모습은 사십춘기를 먹은 어른이기에 그러려니 해야 했다. 직장에서의 일들이 그렇듯, 그러려니 넘기는 게 최고의 대처려니 했다.    

 

‘등교 맞이’ 행사를 준비하는 부장님께 또래상담자 친구들도 함께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맞이한 오늘이다. 반가움 가득 안고 기다린 그날이다. 부끄러워 의상도, 머리띠도 마다한 아이들이지만 총총걸음은 이미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펄럭이는 망토 사이에 수줍은 듯 발길이 미끄러진다.


또래상담자 아이들은 대부분 내향적인 아이들이 많다. 일부러 그렇게 뽑은 건 아닌데 어찌 된 영문인지 차분하고 조용하다. 분명 나와 있을 때는 재잘재잘 떠들던 아이들이었는데 아침 기온이 그리 찬 것도 아닌데 얼어버린 건지. 좋아하는 친구가 행여 볼까 부끄러운 건지.  목소리 높여 ‘자가진단’을 외치는 1학년 학생부 아이들 틈에서 수줍게 피켓을 펼쳐 보인다. 목소리 높여 외치진 않지만, 그 마음 안에 담겨진 진심은 누구보다 더 잘 안다.



“너의 노력이 열매를 맺을 날이 올 거야.”

“겁 내지 마. 넌 어둠 속에서도 빛이 나니까.”

“너에게 꼭 필요한 쉴 틈이 되어줄게.”

“걱정하는 것보다 더 잘 될 거야!”

“내일의 너도 잘 지낼 거야.”

“위 학생은 고민을 털어놓고 힐링을 받았기에 이 상장과 마스크 패치를 수여합니다.”


마스크 패치와 아이들이 만든 포스터 안에 문구들이 꿈틀거린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목소리 높여 전하고 싶었던 말이다. 코로나로 힘들고 지쳤을 아이들.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고단한 마음들. 친구와의 관계에서 외로웠을 아이들. 어딜 향해 가야 할지 몰라 헤매는 마음들. 그 모든 것에 위로를 더하고 싶다.    

   

하늘이 참 높고 푸르다. 그 아래, 아침햇살 같은 아이들이 서있다. 아침 햇살처럼 우리 아이들은 존재만으로 나에게 희망과 활기를 선사한다. 그 풍경을 보니 서운했던 마음은 눈 녹듯 녹아내리고 며칠 동안 준비하느라 피곤했던 몸은 비타민 주사를 맞은 듯 활력이 생긴다. 이 아이들은 자신에게서 얼마나 멋진 빛이 새어 나오는지 알까? 아침햇살 머금은 수줍은 나팔꽃보다 더 예쁘다는 걸 알까?


오늘은 온 마음을 다 해 너희는 아침 햇살 같은 존재라고 꼭 말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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