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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자수 Dec 04. 2021

청소년의 비(非)자살적 자해 예방을 위한 호소문

최근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의 비자살적 자해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사회적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 청소년의 자해 경험 비율은 22.8%로 미국 14%, 중국 17%, 영국 10%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이다(심영주, 2019). 2018년의 한 언론 기사에 의하면 자해 청소년 상담 건수는 2015년 4000건에서 2018년 2만 7976건으로 3년 사이 7배로 늘었으며, SNS에 ‘자해 인증사진’을 올리는 등 자해가 놀이처럼 번졌던 2018년에 증가 폭이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해는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행위로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것을 참작하면 그 수치는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비자살적 자해(Non-suicidal Self-Injury: NSSI)란 문화적으로 승인된 목적이나 죽고자 하는 의도 없이 직접적이고, 고의로 자신의 신체조직을 훼손(출혈, 상처, 고통 유발)시키는 행위이다. 이는 힘든 상황을 견디고 심리적 고통을 알리거나 줄이기 위해 행해진다. 비자살적 자해의 방법으로는 긁기, 머리카락 뽑기, 상처 딱지를 뜯거나 상처의 치료 방해 등의 가벼운 형태부터 피부 베어내기, 긁기, 태우기(화상), 때리기 등의 심한 형태까지 다양한 양상으로 표현된다. 반복적인 자해 행동을 통해 스트레스가 감소하기 때문에 중독성이 있다. 또한, 비록 자살 의도가 없는 자해라 하더라도 자해를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낮아지고, 점점 공포와 고통에 익숙해져 자살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 실제 비자살적 자해를 하는 청소년 중 70%가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Nock & Kessler, 2006). 따라서 청소년의 위험한 비자살적 자해를 예방하기 위해서 다각적이고 적극적인 대처가 절실히 필요하다.


 첫째, 자해를 조장하는 음악 콘텐츠를 경계하거나 유해 매체물 유통을 차단해야 한다. 청소년들은 대중매체나 SNS 등을 통해 자해를 알게 된다. 2018년도부터 자해 충동을 부추길 수 있는 대중 노래 등을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규제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는 청소년에게 사회적 상호 작용에 중요한 수단을 제공한다. 따라서 청소년은 자해에 관한 사진, 동영상, 방법 등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청소년은 자해 충동이 촉발될 수 있다. 또한, 심각한 자해 상처의 사진은 많은 관심을 받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강화된다. 즉, 자해 상처 사진을 게시하는 이들이 더욱 심각한 자해 사진을 올리고 싶은 충동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소셜 미디어를 통한 비자살적 자해의 무분별한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모니터링 및 유해 매체물 유통 차단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청소년 비자살적 자해에 대한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청소년기에는 또래 관계가 중요한 시기로 친구의 행동을 통해 자극을 받게 된다. 따라서 또래에 대한 강한 모방, 동조 경향으로써 비자살적 자해가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비자살적 자해에 대한 예방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교육을 통해 비자살적 자해를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래를 활용하여 자해 청소년을 조속히 발견하여 개입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각급 학교에서는 자살 예방을 위해 교과와 연계하여 연간 6시간 이상 생명존중 교육을 시행한다. 자살 예방 교육프로그램으로는 경기도교육청에서 개발한 초등학생 대상 '이로울(E-lol) 클래스', 중학생 대상 ‘Candle(Cultivating Adolescent Netkeeper by Death & Life Education)', 보건복지부가 개발한 '보고 듣고 말하기’, 한국생명의 전화에서 개발한 ‘아이 러브 유’ 등 다양하다. 하지만 자살과 양상이 다른 비자살적 자해에 관한 필수적인 예방 교육은 현재 미비한 실정이다. 따라서 비자살적 자해 예방 교육 자료 등을 제작하여 각급 학교에 배포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청소년 비자살적 자해 예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비자살적 자해 청소년 상담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이들의 전문성 강화 및 소진 관리를 위한 교육 및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학생 자살 예방대책 시행계획’을 수립하여 자살 및 자해 청소년의 경우, 24시간 청소년 위기 문자 상담 망을 통하여 청소년 상담 전문기관과 연계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내담자(client)로 인하여 대기가 길어 즉각적인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또한, 비자살적 자해 상담의 경우 장기로 개입해야 하는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인력 부족으로 인하여 장기적인 개입이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자해 청소년 상담 인력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한편, 비자살적 자해는 상담자가 현장에서 경험하는 고위기 상담의 한 유형으로 위기 개입에 있어 전문적인 개입 역량이 필요하다. 또한 상담자는 위험에 대한 부담감 등으로 인해 어려움과 소진을 경험하기도 한다. 전문적 개입 역량의 부족과 상담자의 소진은 비자살적 자해 청소년 상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비자살적 자해 상담자의 전문성 향상 및 소진 관리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청소년의 비자살적 자해 문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행처럼 일파만파 번지고 있는 문제 중 하나로 점점 연령대가 낮아지고 자해를 시도하는 데 자극적인 다양한 방식이 나타나고 있어 심각한 실정이다. 청소년 시기에 충동적으로 자해를 할 경우, 죽음의 의도가 없었음에도 자칫 죽음에 이를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 따라서 청소년의 비자살적 자해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제시한 자해를 조장하는 음악 콘텐츠 모니터링이나 유해 매체물 유통 차단 강화, 청소년 비자살적 자해에 대한 예방 교육 강화, 비자살적 자해 청소년 상담 인력 확보, 전문성 강화 및 소진 관리를 위한 교육 및 대책 강화를 통해 비자살적 자해로 고통받는 청소년들이 어려움을 해소하고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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