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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자수 Jul 17. 2022

그놈의 인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SNS 세계에서 우리 아이들은 편안할까?



20여 년 전 내 나이 11살 그때... 에어컨도 온풍기도 없었던 차가운 교실 바닥에 카펫이 깔렸다.

쉬는 시간이면 언제든 공기놀이를 할 수 있는 이 공간에서 내 손바닥과 손등은 춤추듯 날아다녔다.

현란한 꺾어먹기 기술로 순식간에 마흔 살은 훌쩍 넘겨 먹었던 그때 당시, 나는 친구들에게 꽤 인기가 많았다.


외향적이었기에 친구를 금방 사귀었고, 교문에 들어서면 여기저기서  인사를 나누기에 분주했다.

그날도 조금은 우쭐한 심정으로(비록 얼굴엔 버짐이 가득한 말라깽이였지만)..

레드카펫에 들어선 연예인처럼, 친구들의 인사 세리머니를 받았던 나는 이 일을 후대에까지 자랑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일기장에 고스란히 그날의 일들이 기록되어 있으니 말이다.

아마도 그 시절에 지금처럼 SNS가 살아 숨 쉬고 있었더라면.... 이 이야기는 인스타 게시물에 이미 떠다니고 있었겠지.




그때는 제 아무리 확장된 인간관계라 해도 동네 친구, 학교 친구, 교회 친구가 전부였다.

가 살았던 제주도 제주시 00동을 넘어 시공간을 초월해서 누군가를 알턱도 이야기를 나눌 턱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세상이 변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오픈 채팅, 인스타 등 내가 살아가는 세상의 반경이 지구 반 바퀴는 될 것처럼 꽤 넓어졌다.

그 세상에서 요즘 아이들은 오픈 채팅, 페이스북 등을 통해 남자 친구를 사귀고, 여자 친구를 사귄다.

아니! 직접 만나지 않고도 그 애를 믿을 수 있다고? 얼굴을 직접 보지 않고도 사귈 수 있다고?

하아. 믿기지가 않았다.


그. 런. 데. 마흔이 넘은 나도 SNS 인간관계 속으로 빠져든다.

그 세계에서 좋아하는 작가나 연예인을 내 방안 구석에서도 언제든 만날 수 있게 되면서 친근감을 느낀다.

(비록 나 혼자만의 일방적인 친근감일 뿐인데 그도 나랑 친하다는 착각으로~)

나를 알지도 못할 그들에게 질척거리듯 댓글을 달기도 하고, 친한 척 댓글을 달기도 한다.

(그 친밀감과 오지랖으로 출간한 책 추천사도 낯짝 두껍게 부탁을 했었다. 하하.)


............... 이렇게 SNS를 가까이하는 나도 가끔은 이런 생각한다.

나는 과연 이 세계에 적응하고 있는 걸까?.....


처음 시작은 "좋아요"나 "공감" 수를 바라고 글을 올린 건 아니다.

11살 꼬마 때부터 쓰고 기록하는 습관이 SNS로 확장된 것이기에 나로선 기록 그 자체의 의미였다.

하지만 어느새 누군가와 비교를 한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와 비교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나 보다.)

너무나도 익숙하게 그리고 서글프게 비교를 한다.

초라한 숫자에 어떤 날은 시무룩해지고, 화려한 일상의 누군가를 보면 내 삶은 왜 이럴까 문득 생각하게 된다.


무릇 내 이웃의 것을 탐내지 말라는 십계명이 있건만

누군가의 '이웃' 수가 탐나고 "좋아요"가  탐난다.

때론  '난 인간관계 능력이 없는 걸까?'.. 앞으로 개발하여할 능력으로 <SNS 인간관계 능력>도 생각할 때도 있다.






어른인 내가,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아는 내가... 이런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아직 자라지 않은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

드라마라 치면 행복하고 좋은 장면만 담긴 SNS를 보는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좁은 교실 한편에서 마흔 명 남짓되는 아이들과 관계 맺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넓은 인터넷 세계 속에서 익명에 가려진 누군가와 끊임없는 관계를 맺고 있는 아이들은 어떨까?

SNS 상에서도 관심과 애정을 갈구하는 아이들은 어떨까?



....

SNS를 사용한다면 꼭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SNS를 통해 보는 장면만으로 어떤 한 사람을 판단하는 건..

코끼리의 다리만 만지고 나무라고 생각했던 장님과 똑같다는 것이다.

우리 또한 내 안의 치부나 속상함을 게시하기보다 자랑하고 싶은 것, 예쁜 것을 나열하기 나름이니까...


그리고

수많은 인친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 삶을 진정 알아주고 함께해주는 단 한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나는 어떤 마음으로 SNS를 하고 있나요?


때로는 잠시 쉬어가도 괜찮습니다.

SNS로 정작 필요한 일에 소홀해지거나 위로나 힐링보다 부정적인 감정이 더 느껴진다면

그때는 쉼이 필요할 때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보다 때로는  그 누가 알아줄 모습보다

내가 보는 내 속 사람을  든든히 채워가는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겠죠. "


때로는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동네에서 뛰어놀던 그때가,

펼쳐진 카펫이 내가 만난 세상의 전부였던 그때가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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