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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자수 Jun 25. 2022

엄마는 파업이 없나요?



마음이 폭삭 내려앉았다.

어느 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적막하고도 무거운 새벽 공기처럼.

하루하루 짜증이 폭발하는 아이의 마음을 받아주기엔 이젠 나도 지쳤다.


엄마 소진

: 엄마 이제 너의 마음에 공감하기 힘들어

  짜증내고 소리 지르며 우는 너를 보기가 두려워

  토요일도 쉬지 못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픽업해야 하는 일 힘들어


상담자 소진

: 학교에서는 사안들이 계속 터져서 쉴 틈 없이 내달려야 해. 요구되는 일들이 너무 많아


그래.

지칠 때도 되었다 싶었다.

매일 출근해서 정신없이 내달리는 일

퇴근해서 박사논문 마무리(6월 8일 전체 마무리 후 심사 자료 제출)


마음은 무겁지만

어느 하나....  내가 원하는 대로 손 놓을 수 없는 일들에 꽁꽁 싸매여져 있다.


쉼표 하나 없이 달려야 하는 일상에 지친 엄마로

허기진 아이 마음은 짜증과 분노로 폭발하는 걸 너무나도 잘 안다.

얼기설기. 너의 마음 나의 마음 누구의 것인지도 모른 채...


새벽녘 엄마 파업을 꿈꿨다.

"난 절대 내일은 첫째 아이 픽업도 안 할 거야. 밥도 안 할 거야.

하루 종일 누워만 있을 거야

엄마 마음을 처참히 짓밟은 둘째 아이에게 눈도 안 마주칠 거야"


팅팅 부은 눈으로 굳게 다짐했다.




다시 시작되는 엄마의 일상

첫째 아이 바이올린 수업 픽업 운전

둘째 아이와의 기다림


엄마를 부르는 아이를 못 본 척하면서도

제할 일 열심히 꿀을 만드는 꽃 속의 벌처럼

그래도 아이에게 비싼 음료수와 비싼 빵 투척

옆 자리 앉자마자 엄마의 무릎을 베고 눕는 아이....

엄마의 삐친 마음만큼이나 너의 마음이 토라지지 않아 고마워

열심히 밀어내도 다가오는 너의 마음이 고마워




넌 그렇게도 엄마가 필요하구나

넌 그렇게도 엄마가 좋구나

어쩜 그리 너그러운 마음을 가졌니


상담자 엄마는 버겁다.

아이를 키우는 데 있어 조금은 다르겠지..라는 주변의 기대

상담자가 키우는 아이는 조금 다르겠지..라는 주변의 기대


무. 엇. 보. 다.

내 아이의 기대

항상 더 큰 공감을 원하는 우리 아이들

단번에

"엄마. 상담자 맞아?"라는 피드백


상담자 엄마는 늘 고민한다.

내담자에겐 항상 공감으로 다가가는데

내 아이들에겐 야박한 건 아닌지..


온통 감정 소진, 공감 피로에 시달리는

상담자 엄마는

정작 내 아이에게는 너그럽지 못한 엄마일 때가 많다.


그. 래. 서

유독 내 아이에게 미안하다.

그런데 어떻게 해! 엄마도 상담자이기전에 "사람"인데..

돈받고 직업인 상담자로 너희를 만나는게 아니라 한 사람으로, 부족한 한 엄마로 너를 만나는건데..



파업따윈 없는...

내 마음대로 그만둘 수 없는 엄마 자리...

마침표 하나 찍고

쉼표 그득한 일상이 찾아오면


"엄마가 너랑 더 너그럽게 놀아줄게.

 늘 그렇게 함께 할게.

고마워.

기다려주는 우리 아가들"



더 높은 기대치와 더 높은 기준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상담자 엄마들이

오늘은

꼭 힘을 낼 수 있길 바래본다.



마음을 정비한다 ..




누군가의 엄마,아내, 딸…
수많은 이름으로 불리는 당신이지만,
우리는 다른 누구도 아닌 당신이라는 존재,
마음의 자수_님이 먼저
스스로를 위할 줄 알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당신으로 인한
누군가들도 행복해질수있으니까요.



가만히 둥둥.

사춘기 아이가 힘든 만큼

사십춘기인 나도 힘들  수밖에 없구나’  

‘가만히 둥둥.

그동안 사방으로 애써온 내가 지칠 만도 하지.

그래서 나도 참지 못하고 폭발할 때가 있구나’   

‘가만히 둥둥.

한 걸음씩 나와 멀어지는 아이가

염려되고 서운할 수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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