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의 자수 Feb 14. 2022

둘째 아이와의 비오는 날 장보기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지도 모르고 외출에 나섰다. 다시 집으로 들어와야하나 고민했는데 생애 처음 자기 침대가 생긴다는 사실에 들뜬 둘째를 보니 차마 발걸음을 되돌릴 수 없었다. 이제 가족들을 따라 왠만하면 나서지 않고 집콕하는 첫째를 두고 나와 마음 한켠이 허전했지만.... 둘째와 침대도 보고 파란 이불이 예쁠까? 노란 이불이 예쁠까? 한참동안 아이쇼핑을 즐겼다.


아.. 마트도 옆에 있네. 처음의 시작은 진짜 먹고 싶은 것만, 필요한 것만 사자였다. 아 그런데 얼마전 생긴 5,000원 할인 쿠폰이 나의 손을 재촉한다. 잔소리쟁이, 걱정쟁이 둘째는 내 침대도 사야하는데 우리집 거지되는거 아니냐고 걱정하기 시작한다.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살때는 함박 웃음이, 점점 손에 가득 쥐어지는 물건을 보며,, 한숨을 짓는다.


이렇게 세일하는데 어찌 안사겠는가. 2개는 기본이지.


"엄마. 이거 어떻게 들고 집에 들어가려고 해?"

아.. 엄마인 나는 할인에 눈이 멀어 어떻게든 5만원을 채울 생각에 분주한데 한치 앞을 내다보는 딸은 걱정이 한두가지가 아닌가보다.


"어. 엄마 가방에 넣고 뭐 어떻게든 하면돼."

"엄마. 그러다 또 후회한다."

으름장을 놓는 아이와 실갱이하다 5만원을 채웠다.


아하하. 그런데 비가 여전히 온다.

"우리 비오는데 어떻게 하지?"

"엄마 내가 한 손으로 우산 들고 한 손으로 우유 들게."

"너 힘들텐데.. "

"괜찮아 엄마."


역시 우리 둘째는 씩씩이다. 여자 아이지만 참으로 남다르다.

그렇게 우산을 펴든 아이. 이제 만 8세가 된 아이가 한 손으로 들기엔 버거운 장대우산.

바람에 우산이 휘청거린다.


"현아. 엄마 앞이 안보여. 현아 엄마 옆에 다 젖어,"

서로 낄낄낄 웃으며 춤추는 우산 밑에서 오랜만에 함께 웃어본다.

이마져도 재밌다.


비가 와서 짜증날 수도 있는 날, 무거운 짐에 어깨도 팔도 아파 짜증날 수도 있는 날

그런 날도 힘없는 아이 팔에 겨우 기댄채 춤추는 우산을 아이와 함께 보고있노라니

낄낄낄 웃음이 절로 나온다.


그렇게 ... 너와 내가 있는 순간이 따뜻하고 행복하다는 걸..

함께할 수 있는 가족이 있어 행복하다는 걸... 요즘 너무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짧은 한순간이 이렇게 내 삶을 환하게 비춰줄 수 있다는 것도...

매거진의 이전글 언제 이렇게 컸을까? 오늘도 미안한 엄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