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의 자수 Aug 20. 2021

2. "책"으로 위로받는 밤

책을 통해 만난 "나"의 이야기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꿈이 있다.

그 꿈에서 나는 총 3방을 맞고  마음에 구멍이 세 군데 뚫린채 처절하게 쓰러졌다. 내동댕이 쳐졌다.

꿈에서도 한참을 울었던 나는 ..

일어나서도 그 꿈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기에 생생하고 쉽사리 눈물을 그칠 수 없었다.

낯선 외국 땅에서 기댈 사람 하나 없이 외롭게 울었던 밤을 내 몸이 기억한다.

그때 당시, 남자 친구와 헤어지며 남자 친구뿐만 아니라 친한 친구 2명을 함께 잃었다.

오해와 오해가 점철된 관계 속에서 홀로 그렇게 나와야만 했다. 총 3방의 상처는 내 맘에 깊게 새겨졌다.


그리고 불안할 때, 반복적으로 꾸는 꿈이 있다.

스무 살, 제주도에서 상경해서 낯선 서울살이를 하면서 다녔던 교회는 어릴 적부터 같이 자랐던 친구들의 무리가 대부분이었다. 그 속으로 스며들기엔 나는... 너무도 다른 '이방인'이었다. 맑게 그려진 수채화 속에 어울리지 않는 서툴고 색칠하기 힘든 크레파스 같은 존재였다. (친구들은 아주 잘해주려고 노력했지만 내가 어울리지 못했다는 말이 더 맞을 것이다. 그때의 나는... 작가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자신이 없었던 때였으므로) 그래서.. 지금도 가끔 꾸는 꿈은.. 그 친구들이 다 모여있는데 나만 빠져 있는 꿈이다. 관계에서 경험하는 소외감이나 외로움은 .. 나이가 먹은 지금도 견디기 쉽지 않은 감정 중 하나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고생한 엄마에게 잘하지 못한다고 친척들이 질책하는 꿈이다.


살아온 환경과 내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상담을 통해 해소하였지만..

여전히 불안할 때 그림자처럼 엄습하는 꿈들은..

내가 얼마나 관계와 가족을 어려워하는지.. 얼마나 상처 받았는지를 보여준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책을 통해 위로받는다.

하나 둘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경험을 꺼내 안으며 상처 받은 나를 위로한다.


누구나 가까운 가족이 나의 허점을 잘 알아 가시 돋친 말을 할 수 있다는 것

같이 살지 않는 친구의 습관이나 취향보다, 가까운 내 가족의 습관이나 취향을 더 모를 수도 있다는 것

때로는 티끌처럼 가벼운 관계가 묵직한 돌덩이로 박혀 내 맘을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 어쩌면 삶일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하나하나의 경험을 통해,

내가 무엇을 어려워하고 두려워하는지 알게 되고,

끊어내지 못해 질질 끌고 다녔던 "관계"들을 정리해갈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지금껏 남은 지인들에 대한 감사함이.. 고마움이 더 깊어진다.


그렇게 밤에 읽는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으로 상처 받은 마음을 다독여 간다.

그리고.. 오래전 나의 상담자가 이야기했던 "다 용서하지 않아도 괜찮다."라는 말이 오늘 밤 오래도록 맴돈다.



책이란 이토록 대단하다.

저자는 그림책을 통해 스스로를 위로하고

우리는 저자가 받은 위로를 책을 통해 받는다.

왠지 .. 밤에 읽어야만할 것 같은 책


'그래서'와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접속사를 생각해본다. '과거의 나는 상처받았다. 그래서 나는 행복해질 수 없다.' 이 문장 속에는 과거의 나만 있다. 문장 속에 현재의 나는 없고 바꿀 수 있는 것도 없다. 접속사를 바꿀 필요가 있다.

'과거의 나는 상처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야기를 바꿀 힘이 있다.'

 이야기의 주도권이 내게로 넘어오게 하는 것이다. 책장을 앞으로 넘겨 다시 이야기를 쓰는 건 불가능하지만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맥락을 바꿀 수 있다. 이제는 상황과 조건이 달라졌으므로. 과거의 상처가 나를 덮쳐올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생각해보자. 새로운 책장의 이야기는 나만이 쓸 수 있으니까.


'냉장고에 넣어둔 음식에 유통기한이 있듯 이 관계도 유통기한이 다 되었구나. 이제 놓아두어야겠다.'

누군가와 멀어질 때 마음이 아픈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모두의 친구가 되어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습니다' 식의 해피엔딩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사람을 만나는 일이 단순히 어렵거나 귀찮고 피곤해서가 아니라, 상처받기 싫다는 두려움, 어차피 허무하게 이어질 관계에 에너지를 쓰기 싫다는 회피 심리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억지로 노력하기보단 그저 가벼운 마음으로 한 발 내밀어보는 용기가 더 필요한 시점일지 모른다.


-그림으로 나를 위로하는 밤 중에서 -


#한달어스 #3일독서 #브런치대상수상작 #태지원 #그림으로나를위로하는밤 #가나출판사 @handal.us #독서 #글쓰기 #브런치 #브런치작가 #그림을읽다 #나를사랑하기힘든밤 #mm

#브런치북토크 #브런치북대상작가






작가의 이전글 3. "책"을 통해 만난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