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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자수 Aug 21. 2021

1. 책으로 나를 만나는 밤

책을 통해 만난 "나"의 이야기


"당신의 애정 어린 오지랖이 불편하다."

우리는 흔히 애정과 관심이 깃들었다는 이유로 상대의 마음은 생각하지 못한 채, 오지랖을 부릴 때가 있다. 작가님이 받았던 오지랖을 읽으며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이내 "오지랖자"가 내가 아니였나 싶다.

물론. 성격 상 타인에게 '이렇게 저렇게 해라!" 라는 이야기를 잘 못한다.

그래서 상담자인 내게 주변에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내가 어떠냐?' 라고 물어도.

내 마음 속에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자칫 "안다"인 척 할까봐, "오지랖"을 부릴까 말을 아끼는 편이다.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에게.. 그렇다.



하지만, 내 아이들에게는 어떤가?

내가 낳았던 이유로, 내가 키웠단 이유로, 내가 널 제일 잘 안다는 이유로 "오지랖"을 부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닌 것 같아 얼굴이 붉어졌다. 나를 기준으로 타인을 재단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의 잔인한 그림을 작가분이 떠올렸다면.. 그림책을 사랑하는 나로써는 그림책 "울타리 너머" 가 떠올랐다.

처음부터 "안다"는 "소소"에 대해 다 아는 척 하며 자신의 기준에 맞는 것들을 "소소"에게 건넨다.  

"소소"는 "산들"이를 만나 "안다"가 이야기하는 "소소"가 아닌 자신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아무리 불편하다고 이야기해도 너는 이게 제일 예쁘다며 남자 아이같은 성향의 둘째에게 "프릴 달린 치마"를 건넸던 일, 아이가 마음을 이야기 하기도 전에 미리 아는 체 했던 일.. 모두 미안해졌다.

아이들에게 적어도 난 "오지랖"을 어지간히도 부렸던 것 같다.


이제 아이들은 자신의 기준이 생기고, 자신의 성향이 더욱 뚜렷해진다.

엄마가 살아온 방식대로, 엄마가 정해진 기준대로 아이를 재단하고, 오지랖을 부리는 일을 멈추자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나"

3일간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지고 살아가는 "페르조나"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교사", "상담자", 그리고 기독교인 나에게는 윤리적인 기준, 도덕적인 잣대가 남들보다 더 요구된다.

나도 모르게 입는 옷부터 신경이 쓰이고(차분하고 평안함을 주어야 할 것 같은) 조심스러워진다.


그래서 자유롭게 원색의 옷을 입을 수 있는 "여행"이, 나를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것이 해방감이 느껴져 더욱 좋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나" 다운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으레 주어진 "페르조나"도 하나의 나이고, 본연의 "나"도 나이다.

남들이 이야기하는 "나"도 나로써의 의미가 있고, 그것이 나의 단편만을 보고 평가한 이들의 반응이라면 과감히 잘라버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나무는 스스로 자라며 가지치기를 한다.'는 말이 있다.

한 때, 곁가지가 많고 한 우물을 파지 못하며 쓸데 없이 보이는 딴짓에도 관심이 많은 내가 못마땅한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어느 하나에서 완전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진정한 학자"가 안된 것은 아닌가 싶어 좌절스러웠던 적이 있다.

나무처럼 스스로 쓸모 없는 것들을 가지치기 하고 싶었다.

헌데... 난 "딴짓"도 필요한 사람 같다. 어느 한 분야에서 특출난 사람이 되지 않아도, 소소히 즐기는 딴짓과 잡다함이 버물어진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차피 나에 대해 가장 많이 걱정하고 고민하며 관심을 기울이는 건 나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나를 사랑하고 아끼며 생각할 사람 역시 나다. 내 실수나 잘못, 실패, 인생사가 남들의 머릿속에 거대하게 자리 잡을 거라는 생각은 버릴 필요가 있다. 약간은 뻔뻔하게, 약간은 바보처럼 실수하며 살아가도 괜찮다."


"스스로에게 용기의 말을 건네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당신은 괜찮은 사람이다. 당신은 해낼 수 있다."이 마법의 말이 당신 스스로를, 또는 주변의 누군가를 진심으로 위로할 것이다."


"지금 여기서 실컷 울어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이 진정한 위로가 될 때가 있다. 초라하고 허약한 마음에 서로가 담요를 덮어주는 순간이 존재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외롭지 않다."


"가면의 무게가 무겁다면 가면을 벗고 쓸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자신을 가면에 꼭 맞출 필요도 없다. 자기 얼굴에 맞게 가면을 조금 고쳐 쓰는 방법도 있다. 어울리지 않는 가면을 아예 내다버릴 자유도 있다. 세상과 타인의 부당한 요구가 빗발치더라도, 우리에겐 스스로에게 어울리는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가면을 찾아나갈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평생 한 가지 일에 꾸준히 집중해야 한다는 건 어찌 보면 과욕이다. 인생은 길고, 할 수 있는 일도 많다. 한 우물을 파는 사람도 있지만 우물을 여러 개 판다고 해서 실패한 건 아니다. 곁눈질하는 삶도 나쁘지 않다."


그림으로 위로하는 밤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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