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스타그램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이 있던 찰나에 만난 글은 꿀처럼 달고도 마늘처럼 아렸다.
SNS에 대한 숱한 고민을 톺아보며 '나는 왜 SNS를 하는가?' 나 자신에게 되물었다.
싸이월드, 페이스북, 카카오 스토리, 인스타, 블로그, 브런치까지.
내 삶의 역사는 늘 SNS와 함께였다.
사진, 글과 함께 삶을 기록하는 일에 진심인 나에게 SNS는 참 매력적이었다.
스무 살 앳된 시절이 그리울 때면, 아이들의 어린 시절이 그리울 때면,,, 찾아보는 SNS 속 이야기들은 '날 참.. 잘 남겨놓았노라'.. 속삭였다.
카카오스토리에 담겼던 이야기가 아까워 절대 인스타로 갈아타지 않으리라 다짐했는데...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매력적인 인스타로 이사를 왔다.
나만의 개인적 서사요, 삶이니... 사진만 보아도 기분이 묘하게 좋아지고 행복했는데 언젠가부터 '인정하기 어려웠지만' 나 또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나보다 늦게 시작한 이들의 하트는 주식 상장하듯 치솟아가는데 나는 늘 제자리.
하트수, 라이킷 수 등이 나의 존재감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하트수만큼 나 자신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너도 나도 멋진 삶을 연신 뽐내는 공간에서 초라함 범벅이 되기도 하였다.
"난 그래서 SNS 안 해. 내 삶은 내 삶대로 아름다운데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하다 보면 초라하게 느껴질까 봐."
"사실 아는 지인이 SNS 속의 타인의 삶과 비교하다 자살했어. 자기가 너무 비참해 보였대."
"인스타그램이 청소년의 정신건강을 해친다는 내부고발이 있었잖아."
"SNS를 많이 할수록 청소년들이 우울에 더 시달린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는 대부분의 사람이 기본적인 삶을 영위한다. 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에 마음이 무너질 일이 참 많다.그 일의 대부분은 SNS 속에서 일어나는 듯하다.
자신을 스스로 브랜딩 해야 하는 시대,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시대 속 SNS는 화려하기 그지없으니까.
각자가 모두 고군분투하며 살아가지만, 다른 이의 삶을 엿본 후에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자신을 채찍질하게 되고, "나는 왜 이렇게밖에 못 하는 걸까?" 비교하며 초라함을 느끼고,
하트, 라이킷 수를 보며 '내가 매력적이지 않나 보다.' 생각하며 슬퍼하게 된다.
나 또한 수도 없이 흔들리기에 SNS를 끊을까 말까 고민을 했지만 .... 난 이 아름다운(?) 행위를 지속하기로 했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내게, 글 쓰는 걸 좋아하는 내게... 이 공간은 자유롭게 여백을 제공해주니까. 나만의 스케치로 꾸밀 수 있으니까.. 삶을 켜켜이 쌓아둘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 대신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몇 가지 경계를 설정했다.
첫째, 올라온 피드를 무의미하게 스크롤하지 않는다. 계속하다 보면 기분이 다운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둘째, 내가 올리고 싶은 사진과 글만 올리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셋째, 다른 이의 삶이 궁금할 땐 그 사람의 계정에 들어가 그 사람의 삶을 함께 느끼고 다정한 안부를 묻는다.
넷째, 하트 수와 라이킷 수에 기대어 살지 않는다. (비록 SNS 속에서 인기가 없어도 내 삶에 다정한 이들이 있음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스스로 괜찮은 나만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잊지 않는다. 내 삶이 누군가의 하트와 라이킷에 기대어 산다면 너무 슬프지 않은가? 누군가의 인정이 아닌 스스로 나에게 주는 인정을 누린다.)
이런 방법으로 불안과 혼란을 잠재워본다.
화려하지 않아도, 유명해지지 않아도, 매력적이지 않더라도 나는 나를 내팽개치지 않고 여전히 나를 사랑할 것이므로.
화려한 나를, 잘 나가는 나를 사랑하는 일은 참 쉽다. 하지만 초라하고 나약한 순간에도 나를 사랑하는 일이야 말로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