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의 자수 Nov 16. 2022

마흔에도 '마음먹기'는 필수!




2017년, 대학과 대학원 석사를 했던 모교를 떠나 집에서 매우 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시작하다.

교수님의 제안으로, 교수님과의 인연으로 시작하였지만 주변의 많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모교인 대학원은 집에서 20분 남짓, 새롭게 가게 된 대학원은 집에서 2시간 거리였으니... 그것도 그럴만했다.


"김 00 선생, 학교 어떻게 다닐래?"

"여행 가는 기분으로요. 전공서적, 원서를 캐리어에 싣고 여행 떠나는 기분으로 다닐 거예요."


나에게 어린 시절 등굣길은 늘 재미를 찾아 떠나는 모험 같은 것이었고, 그 덕에 날마다 새로운 골목을 찾아 헤매곤 했다.

딱 어린 시절의 마음가짐으로 경기남부에서 서울 끝자락까지 오고 가는 여정재밌었다.

전철을 갈아탈 수 있는 선택지도 많아 새로웠고, 앉아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거나... 할 수 있는 게 많아 지루하지 않았다.

명랑한 기분으로 힘든지도 모르고 오고 갔다.

그렇게, 2년 간 1교시 수업조차도 지각 한번 하지 않고 무사히 잘 마쳤다.

.

.

.


그런데 이 길이 졸업 후, 강사가 되어 강의를 시작하면서 변하기 시작했다.

퇴근 후, 시간에 쫓겨 달려가는 그 길은 조마조마, 콩닥콩닥, 쿵쾅쿵쾅. 우르르 쾅쾅 마음에 번개가 가득했다.

전철이 조금이라도 연착되면 짜증이 불일 듯 일어났고, 기다리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고개가 저절로 땅에 떨궈졌다.


그 길은 이제 더 이상 여행길이 아닌, 고행길로 돌변해버린 것이다.

똑같은 전공책은 여행의 설렘을 안은 여행 캐리어에서, 불안의  무게를 지닌 돌덩이로 돌변해버렸다.

즐겁지가 않았다. 가는 여정이 내내 힘겨웠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라는 무수한 원망이 일어났다.

대상 없는 원망에 날 선 뾰족한 내가 보였다.

중간 선착장쯤에 마주하던 한강도 시시껄렁한 개울로 보였다.


마음가짐 하나로 같은 길이 이렇게나 달라지다니.

합리적 정서적 행동치료 이론의 창시자 엘리스가 말했던 대로 같은 사건도 '내가 어떻게 해석하고 평가하느냐'에 따라 너무나도 다른 감정적, 행동적 결과가 따라온다는 걸 다시금 절실히 깨달았다.


두 시간 남짓한 거리를 즐거운 여행길이다 생각하면 여행지에서 할만한 것들을 찾아 즐거운 반면, 거친 고행길이다 생각하니 두배로 지치고 기운이 쭉 빠지고 옆에 부대끼는 사람들조차 버거워진다.



.

.

어디 이뿐이겠는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 또한 내가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 감정과 행동이 달라질 때가 너무나 많다.


삶을 수고로운 고행길이라 여기면 다가오는 모든 일들과 모든 불행이 짐짝처럼 여겨져 다 내던져버리고 싶을 것이다. 전철 안에 수많은 인파 속에 파묻혀 생기를 잃어버린 나처럼 터덜터덜.


반면, 내가 박사과정을 처음 시작했던 그때처럼 삶을 여행이라 여긴다면 인생에서 만나는 다양한 풍경이 궁금하고 들여다보고 싶어 질 테지. 오늘은 무슨 재밌는 일이 생길까? 하고 말이야.


몰론, 삶의 여정이 항상 즐거운 여행길이겠냐마는... 즐겁기도 두렵기도 한 그 사이 어딘가쯤이겠지만....

...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싶다.

새로운 열정과 설렘에 사로잡혔던 그때의 나처럼 지금도 여전히 꿈을 향해 달려가노라, 꿈을 꾸는 이들을 대거 만나러 가는 길이라 여기며 또 다른 여행길에 들어서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인 나도, 혼자 여기 오면 더없이 좋겠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