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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의 자수 Nov 03. 2021

브런치 입문 만 2개월 차 정산 중

쓰는 즐거움/ 함께 쓰는 일의 재미와 버거움

브런치 입문 만 2개월이 지났다.

그러니까 흐렸지만 여전히 드넓고 에메랄드 빛이었던 제주 바다에서 '브런치 작가 합격' 메일을 받은 지 만 2개월이 지났다는 이야기이다.


만 2달 사이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브런치 시작의 목적이었던 글은 2장까지 마치고 브런치 북을 만들어 출간 프로젝트에 응모했다. 제대로 글쓰기를 배워보고 싶어 도서관 수업으로 "나를 알아가는 에세이 쓰기"수업을 듣게 되었다. 매주 글감을 가지고 글쓰기 연습을 한다. 글쓰기 수업은 생애 처음이다. 합평도 처음이다.

낯설고도 의미 있고도 고민되는 시간이다.


1. 쓰는 즐거움

지난주엔 글쓰기 수업 중 폭풍같이 휘갈겨 썼던 글이 브런치 북에서 메인에 올랐다.

그리고 2일 전엔 아이와의 일상을 담은 글이 다음(daum) 메인에 올랐다. 10분 단위로 조회수가 1000명씩 올라가는데 이게 도대체 뭔 일인가 싶어 아는 샘께 물었더니 떡하니 메인에 실린 내 글을 찾아주셨다.

매체의 힘이 이토록 대단하구나. 신기하기도 한편으론 무섭기도 했다.  

(브런치 메인은.. 제목 덕이지 않았을까 싶고, 다음은 육아이야기여서가 아닐까 싶다. 기준은 잘 모르겠다.

어찌됐든 위에 추천된 2개의 글은 '제목'을 보고 사람들이 궁금해할거라는 생각은 나도 들었다. 쓰면서도 가장 후루룩 잘 써진 글이긴하다.)



마흔이 넘어도 여전히 관심을 받는 일이 신나고 좋다. 물론 인정도 받는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아직은 병아리니까. 브런치를 시작하면서 '라이킷 수와 구독자 수에 연연해하지 말자!'라고 다짐하지만 참 쉽지 않다. 그래서 알람은 며칠 전 꺼두었다. (작년에 대상 받으신 작가님도 숫자의 노예가 됐던 순간이 있으셨다고^^)

한편으론 마음이 흔들린다. 마흔이 되면 글을 쓰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미루다 1년 뒤.. 시작한 일이 아직은 서툴다. 

내 인생의 가장 큰 숙제를 끝내고 발을 담글걸 후회가 될 때도 있다.(회피하지말고 할거 해야하는데!)





2. 함께 쓰는 일의 재미와 버거움


도서관 수업을 듣는 분들과 매주 합평을 한다. 다양한 분들의 개성이 드러난 글을 읽으며 많이 배운다. 글에는 그 사람의 존재가 담긴다고 이제는 글을 보면 어떤 선생님이 쓴 글인지 이름 없이도 알 것 같다. 각 사람대로 좋아하는 글도, 쓰는 글도 다르다. 재밌다. 같은 주제여도 각 사람이 짓는 이야기가 다르다. 시야가 넓어진다.


주시는 비평도 잘 새겨듣는다. 나 혼자 보는 눈에서 벗어나 누군가의 평을 듣고 감상을 듣는 건 글 쓰는 이에게 귀한 경험이다. 어떤 분은 표현, 단어 사용을 지적해주시기도 한다(ex. ~것이다.라는 표현이 영어 해석적 표현이다/ 깊은 심연은 이중적 표현이다. -> 이건 고민스러운 부분임. 심연이란 뜻이 깊다라는 뜻도 있지만 '좀처럼 빠져나오기 힘든 구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단어'로 썼던 거라...).


혹자는 내 글이 레퍼토리인듯해서 지루하기도 할 테고 혹자는 깊이 새겨진 생각이 담긴 글이 잔소리 같아 불편하기도 할 테다. 나라는 사람은.. 박완서 선생님의 에세이를 좋아하고(이분은 너무 대중적이고 모든 사람이 사랑하니까 차이가 없을 수도 있겠다.), 최근에 나온 에세이 중에 '마흔에게 그림책이 들려준 말', '그림책으로 위로받는 밤' 등의 서정적인 책을 좋아한다.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고, 그림책과 그림으로 풀어내고 마지막은 성찰까지 담은 글. 이 글의 구조를 나도 비스무리 하게 따라가는 듯하다.




일단, 내 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어디쯤에 나란 사람이 안착해서 앞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내가 쓴 글들이 내 추억의 저장고에 고이 묻힐지, 조금씩 읽어주는 사람들이 생길지 모르겠다.

뻔한 글이 되어버린다면 읽는 사람도 줄어들겠지. 어찌 되었든 담백하게, 틀에 박히지 않게 써 내려가는 연습을 많이 해야겠다. 그러다 보면 취향에 맞는(?), 내 글을 좋아해 주는 사람도 조금씩 생겨나지 않을까?

(하아~ 논문부터 언넝 마무리해야할텐데...)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중 2 여름방학이 지나 개학식, 내가 쓴 독후감을 들고 반에 들어오셔서 얼굴이 상기된 채 읽어주셨던 선생님말씀 "너무 재밌어.". 그날의 공기. 그날의 환희. 그날의 기쁨.

-2021년 1월. "오늘부터 내 책 쓰기 어때요?"라는 책을 읽고 꿈틀거렸던 나.

여러 주제들이 머릿속에서 춤을 추고, 여러 단어들이 탱고춤을 추듯 비장하고 무겁게 움직여대서 잠을 이루지 못한 날. 밖으로 내뱉지 못해 감싸 안은 수많은 이야기를 글로 써 내려갈 때를 기다렸던 그날의 다짐.

이다.



 



"이야기란 지나간 삶의 족적들을 삶이라는 이름의 조개가 품은 진주라고 생각한다.

상처받을 그 당시 우리는 얼마나 힘들고 아팠는가.

하지만 큰 고통을 견뎌내고 남은 흉터는

이제 당신 삶에 글이라는 진주로 돌아온다."

-오늘부터 내 책쓰기 어때요? 송숙희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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