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의 순간

예정된 이별

by 심연천문대

이미 알고 있는 결과였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궤변으로 가득한 작별 편지는 나를 끝까지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우리는 어차피 이별이라는 결말이 정해져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별을 고하는 편지에 “애틋하다”, “좋아한다”는 말을 썼다.

내가 늘 그에게 했던 “어차피 나랑 결혼하게 되어 있다”라는 말을 아직도 믿는다는 대목까지 있었다.

도대체 그런 말들을 왜, 굳이 해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에겐 그저 책임지지 못할 감정을 미래의 환상으로 포장해서 미련을 남기게 할 뿐이었다.


그가 했던 말이 있다.

헤어짐도 서로가 이해하고 납득해야 한다고.

그래서 본인은 끝까지 헤어지는 이유를 상대방에게 이해시키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편지에는 “사랑한 일이 자기의 목을 조르는 상황이 되어 아쉽다”는 말과, “각자가 살고자 하는 삶의 방향이 다르다”는 문장만 남아 있었다.

그가 사랑한 게 무엇인지 적혀있지 않았다.

그가 살고자 하는 삶의 방향은 무엇이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저 그가 그런 결정을 한 이유에 대해 알 방도도 없이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이별은 함께 하는 일이라 헤어짐의 이유를 상대가 이해하고 납득해야 한다던 그의 철학은 두 문장으로 끝난 우리 사이에서 지켜지지 않았다.


사랑조차 납득으로 끝내던 사람이 나에겐 납득대신 잔상을 남기기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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