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이성의 충돌
그 사람을 만나는 동안 모순과 궤변으로 혼란스러웠다.
그는 자신이 모순과 궤변을 하는 이유가 말과 행동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내 생각은 달랐다.
나는 그가 감정의 무게를 져야 하는 순간마다, 이성이라는 방패 뒤에 숨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그의 말과 행동에 괴리가 느껴졌다.
분명 그 사람과 진심으로 교감한 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감정보다 이성을 선택할 사람이었다.
나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의 눈빛과 애매한 언행에 나는 끝까지 희망고문을 당했다.
그는 감정의 회로를 차단했다.
대신 이성의 전원을 켰다.
나는 그 불빛에 속아 따뜻하다고 착각했다.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건 진심이다. 하지만…”이라는 모순 속에, 그는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내 감정을 남겨두었다.
그래서일까.
나도 스스로 “그를 안 좋아한다”라고 되뇌며, 감정을 접기에 급급했다.
나 또한 모순과 궤변 뒤에 숨고 있었다.
그는 결혼을 준비할 여유가 없었고, 나는 이미 준비가 끝난 사람이었다.
그는 나를 붙잡으면 안 된다고 믿었고, 나는 그래도 붙잡히고 싶었다.
우리는 애초에 만나선 안 되는 상황에서 만나 버렸다.
마지막에 그는 내가 그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게 오기라고 했다.
그는 정말 오기라고 생각한 걸까.
사실은, 내가 그를 좋아한다는 더 무거운 진실을 외면하고 싶었던 마음이 0.1%라도 있었던 건 아닐까.
어쩌면 우리 둘 다 상처받지 않으려 발버둥 치고 있었을지 모른다.
자기 방어를 위한 모순이 ‘상실’이라는 더 큰 아픔을 낳았다.
그렇게 서로를 지키려다, 결국 놓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