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계약
나는 전 애인에게 내가 왜 좋은지를 종종 물었다.
그때는 내가 왜 그 질문을 하는지 몰랐다.
그저 순수하게 정말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의 대답은 항상 같았다.
“너라서 좋아.”
난 그 말이 싫었다.
나는 이유를 물었는데, 그 대답은 결과일 뿐이니까.
나에게 사랑은 늘 의리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에게 연애란, 감정의 계약이었다.
그래서 약속은 지켜야 했고, 책임은 피하면 안 됐다.
그 책임 속에는 배반도 있었다.
나는 그게 옳은 일이라 믿었다.
그래야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정말 사랑의 전부였을까.
나의 질문에 그는 “그럼 넌 나를 왜 좋아해?”라고 되물었다.
나의 대답도 항상 같았다.
“너를 만나면 내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나는 사랑할 때 늘 착한 아이가 되려 했다.
그가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기에 나도 그의 곁에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사실은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면 그와의 만남을 버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생각조차 그에게 배반 같아서 애써 밀어냈다.
나는 종종 그 사람에게 ‘착한 아이 콤플렉스’라고 말하곤 했다.
하지만 정작 ‘착한 아이 콤플렉스’는 나였다.
이제 의리를 지킬 대상이 사라진 나는 사랑이란 무엇인지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할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