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서 좋아 - 외전

이유 없는 사랑을 이해하기까지

by 심연천문대

전 애인을 처음 본 날, 나는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국말이 묘하게 서툰, 검은 뿌리가 반쯤 자란 금발의 코리안 파리지앵.

하지만 나를 보기 위해 국경을 넘는 그의 열정과 파리에 산다는 점이 흥미로워 만나보기로 했다.

그의 세계는 나에게 낯설었고 새장 속에 살던 나에게 특별해 보였다.


처음엔 흥미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레 결혼 이야기가 나왔다.

‘그와 결혼하면 파리에서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어느새 그를 만나는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내가 속물이라는 걸 인정하는 일이었다.

애써 부정했다.

그래서 그의 장점을 찾아냈다.

그를 만나는 이유를 찾으며 ‘그 점 때문에 그를 만난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내가 왜 항상 그에게 나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다.

나는 그 사람을 정말 사랑했을까.

지금도 가끔 의문이 든다.

나는 그를 좋아해야 하는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당신이 왜 나를 좋아하는지 알고 싶었다.

나는 당신을 왜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만들어내야 했으니까.

그 사실이 ‘너라서 좋아’라는 대답이 싫었던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대답을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그와 헤어진 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

특별한 조건을 가진 것도 아니고,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었다.

특별한 게 없는 사람인데 왜 나에겐 그 사람이 특별했을까.

이유를 찾으려 노력했지만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5년 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너라서 좋아.”


이제는 그 말이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특별하지 않았던 평범한 사람 덕분에.

평범해서 특별했던 그와 멀어지고, 너무 늦게 알아버린 탓에 혼자 만약을 만든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은 혼자 외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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