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의 주인
서른넷, 늦가을.
어떤 사람을 알게 되었다.
트라우마가 채 아물기도 전에 조급한 나는 하루라도 빨리 결혼할 사람을 만나야 했다.
5년 만의 새로운 관계였다.
새로운 이성을 만나는 일은 오랜만에 느껴보는 낯선 신선함이었다.
결혼할 줄 알았던 나는 다시 누군가를 처음부터 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낯설었다.
그래서였을까.
그 신선함을 나는 ‘설렘’이라 생각했다.
‘두근거림’이라고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오랜만의 설렘이 두려움으로 변하자, 나는 멈춰 서기를 택했다.
나는 정말 ‘설렘’이 두려웠던 걸까.
아니면, ‘설렘’이라 믿고 싶었던 내 모순에 스스로 지친 걸까.
그 후에도 여러 사람을 만났다.
그중에는 더 좋은 조건의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때 느꼈던 감정과는 결이 달랐다.
그리고 그 ‘설렘’이라 생각했던 감정은 한동안 느껴지지 않았다.
그 당시엔 그 사람이 특별해서 설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설렜던 게 아니라, 오랜만에 다시 시작하는 ‘나 자신’에게 설렜던 것 같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설렌다는 걸 잊고 있었다.
'설렘'은 누군가에게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나의 마음이 창조해 내는 감정이었다.
그때의 나는 사랑을 시작한 게 아니라 다시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연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