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지와 나침반
"결혼을 왜 하고 싶어?"라는 질문을 들을 때마다 내 대답은 항상 같았다.
“이별이 너무 힘들어서, 더 이상의 이별은 하고 싶지 않아요.”
이별 후의 나는 늘 잊기에 급급했다.
회피하거나, 부정하거나, 새로운 감정으로 덮으려 애썼다.
그 사람은 이별도 곱씹으면 쓴맛 끝에 단맛이 난다고 했다.
아, 이별은 소화가 필요한 감정이었구나.
이별의 고통을 없애는 게 아니라 삼키는 방법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삼키지 못해 체했던 마음을, 이제야 천천히 소화시키는 법을 배웠다.
이별을 '극복'이 아닌 '이해'하는 방향으로 돌렸다.
이별의 산물을 어떻게 없앨지를 고민하던 나는, 이제 어떻게 잘 남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별은 쓴 과일이다.
단번에 뱉어버리면 쓰다는 기억만 남는다.
아예 먹지 않으면 사랑이라는 경험도 놓쳐버린다.
꼭꼭 씹어 넘긴다면 쓴맛 너머에 여운이라는 단맛이 난다.
잘 소화시키고 불필요한 것들은 배설해 버리면 그만이다.
나를 파괴하고 있는 줄 알았던 이별은 사실 나를 채워주고 있었다.
이별의 고통에서 결혼으로 도망치려 했던 나에게,
그는 도망칠 곳을 내어준 게 아닌 극복하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는 어쩌면 '목적지'가 아닌 '나침반'이었을지 모른다.
그가 알려준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나는 멈춰있다.
그에게는 쓴맛과 단맛이 동시에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