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수록 돌아가라
명왕성에 가기 위해 만들어진 우주선 ‘뉴호라이즌스호’의 영상을 보았다.
그 우주선은 명왕성에 더 빨리 도달하기 위해 목성을 경유해 ‘스윙바이’했다.
그렇게 해서 더 적은 연료로, 훨씬 빠르게 목적지에 닿을 수 있었다고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우주의 진리였을까.
어떤 만남은 연료를 주고, 어떤 만남은 각도를 준다.
그는 나에게 도착지에 좀 더 빨리 갈 수 있도록 해주는,
혹은 ‘결혼’이라는 목표만 향해 달리던 내 궤도를 틀어준 목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이라는 목성을 만나 스윙바이를 했다.
그리고 불필요한 연료인 조급함, 불안, 혼란을 줄였다.
방향도 다듬었다.
기꺼이 자신의 궤도를 내어준 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서로를 끌어당기던 시간은 끝났지만 그는 내 삶에 궤적을 남겼다.
그리고 난 그의 궤도를 타고 더 멀리 나아갈 준비가 되었다.
그러나 혹시 내가 그의 목성이진 않았을까.
그래서 나를 거쳐 더 멀리 날아가진 않을까.
나는 그 사람의 궤도를 영원히 함께하진 못했다.
그러나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별이 아닌 그 사람의 한 시점에서 작은 역할이라도 한 목성이라도 되었으면 한다.
나로 인해 더 멀리 날아간다면,
나를 만나기 전보다 더 만족스러운 본인으로 날아가길.
언젠가, 어떤 누군가는 나를 스윙바이하지 않고 내 궤도 안으로 스며드는 사람이 있다고 믿는다.
나는 그 사람에겐 목성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태양이 되는 사람이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