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변론자 랍비

구조자와 동반자

by 심연천문대

"결혼하지 않아도 행복하고 사랑받으며 살겠다."

그 말이 오래도록 내 안에 머물렀다.


행복은 날씨와 같아서, 반대라는 개념이 없이 변화무쌍하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에도, 갑작스러운 소나기는 찾아온다.

내가 행복이라고 생각하면 행복이고, 불행이라 생각하면 불행인 거뿐인데 해를 좋아하는 나에게 갑작스러운 장마는 불행으로 다가왔다.


"결혼하지 않아도 행복하고 사랑받으며 살겠다."는 그 말은, 억지로 나가 비를 맞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었다.

장마가 오면 우산을 쓰면 되고, 그마저도 힘들면 잠시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는 준비되지 않은 계절에는 멈추어도 괜찮다고 가르쳐주었다.


나는 그 사람을 ‘랍비’라 불렀다.

그는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불행에서 꺼내준 사람이었다.

행복을 주는 사람과, 불행에서 꺼내주는 사람은 다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흔히 착각한다.

힘들 때 옆에 있어 준 사람이 평생의 동반자일 거라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구조자’ 일 수는 있어도, ‘동반자’는 아닐 수 있다.


어떤 인연은 머무르기 위해 오고, 어떤 인연은 꺼내주기 위해 온다.

하지만 그 둘을 구분하는 일은 너무나 어렵고, 아프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구조자를 사랑하고, 동반자를 놓친다.


나는 그의 궤변 속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다.

늘 궤변을 늘어놓는다고 그에게 불평했지만, 사실 나는 애정이 담긴 그의 궤변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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