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만든 교차점
그 사람은 내가 결혼에 너무 힘이 들어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내 ‘결혼’이라는 숙제에 자신도 덩달아 힘이 들어간다고 했다.
슬픈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결혼이라는 부담을 줘서 그가 나를 좋아하지 않았는데도 좋아한다고 착각한 건 아닐까.
아니면, 결혼에 대한 내 갈망 때문에 내가 그를 좋아한다고 착각한 걸까.
우리의 교감은 진짜였을까, 아니면 환경이 만들어낸 착시였을까.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고 모든 감정은 그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저마다의 현실 속에서 얽히고 부딪히며 감정을 만들어 간다.
내가 결혼을 강하게 원해서 그도 잠시 끌려갔을지언정,
그 현실 속에서 탄생한 우리의 교감은 착각이 아니라 ‘교차지점’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언젠가 그가 나에게 말했다.
결혼을 포기하면 결혼을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그게 비록 본인은 아닐지라도.
그리고 결혼하지 않아도 행복하고 사랑받으며 살 걸 확신한다고.
처음 듣는 말은 아니었다.
이미 알고 있었고, 수없이 들어온 말이었다.
하지만 초조함과 불안 앞에서 나는 늘 그걸 실천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의 말만은 달랐다.
그 한마디에 그렇게 포기가 안 되던 결혼을, 정말로 ‘안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신기했다.
그 사람만 한 말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들은 말이었다.
나조차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말하니 달랐다.
그냥 위로의 말, 격려차원의 조언이 아니라 해방처럼 느껴졌다.
결혼하지 않아도 행복할 사람이라는 말은 결혼을 못 하면 행복하지 않을 거 같던 내 불안을 잠식시켜 주었다.
조급함이라는 안개를 걷어내니 20대의 내가 보였다.
절대 결혼 안 한다고 호언장담했던 20대의 나였다.
그동안 시간 안에 해결해야 할 숙제였던 결혼을 선택 가능한 가능성으로 만들어줬다.
그에게서 결혼에 쫓기지 않고 어떤 선택도 할 수 있는 '나'를 만났다.
그 사람이 해준 말에 나는 결혼에서 멀어졌지만 가장 '나'로 돌아왔던 순간이었다.
마음이 마음을 흔들었던 걸까.
그렇다면 그 사람과 나 사이에 교감은 진짜였다는 증거라고 단언한다.
결국 감정은 착각이 아니라, 환경이 만든 교차점이었다.
착각이라 부르면 지워지고, 교감이라 부르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