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극 디렉터의 시선으로
오랫동안 한 분야를 관심갖고 머물다보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나는 '심리학(psychology)'과 '심리극(psychodrama)’을 긴 시간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은유의 방법으로 사람의 발달과정으로 시간을 비추어 본다면 유아기를 넘어 사춘기로 향하고 있다.
영유아기 때는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구분이 안되는 자폐적 발달시기다. 그러다 보니 이 시기에는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것이 일상이다. 의존을 하는 그 대상의 관계가 어떤지에 따라 자신, 타인, 세상을 신뢰하고 안전함을 경험하게 된다고 본다. 심리극을 처음 알고 자랐던 디렉터의 발달과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 최초의 심리극의 부모
나의 심리극의 부모는 누구일까? 대학 동아리에서 심리극을 가르쳐주었던 대학 선배들로 생각해볼 수 있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도 아직 부모가 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잘 모르고 미숙했다. 한 사람을 양육 하는 과정에서 부모는 최선을 다했다 말하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본다. 그 안에서 상처를 받기도, 위로를 기대하기도 했었으나 '심리극의 세계에서 내가 누군인지, 무엇을 잘하는지 발견하지 못했다.' 여전히 심리극 디렉터로 성장하기에 헤매고 있었다.
- 두 번째 심리극 부모를 만나다.
나의 두 번째 부모는 수련감독자이다. 보통 심리극 전문교육과 학회 할동을 하다보면 만나게 되는 동료이다. 나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심리극을 배우고, 실천해왔기에 몸과 마음을 내어놓고 마음을 나누게 되었다. 최근에는 한국사회에서 부모교육은 조금 더 일상화 되고 있다. 주변에 있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라든지, '건강가정지원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에서 부모가 된다는 것은 아이를 낳으면 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부모의 역할을 학습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부모교육의 이론과 방법이 있다.
- 부모도 교육이 필요하다.
부모교육의 이론과 방법에는 대상관계이론을 활용한 대상표상 과의 관계를 이해하기, 부부 관계 치료를 활용한 이마고 주제를 해소하여 자녀관계를 이해하기, CBT(인지행동치료), REBT(합리적 정서 행동치료) 등 인지, 정서, 행동를 변화시켜 행동의 양식, 신념을 변화시키기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나의 심리극의 부모는 심리학을 전공하여 다양한 이론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례개념화를 바탕으로 안전하고 예측가능한 범위 내에서 주인공이 해결하지 못했던 미해결과제를 행위적으로 재경험할 수 있게 안내한다.
- 심리극의 부모와 같이 살아가다.
나는 심리극 부모 곁에서 그가 살아가는 모습을 비추어 보고 모방을 해왔다. 그의 목소리, 몸짓, 사고방식, 태도 등 이 과정에서 안정감을 경험하면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마음을 경험했다. 심리극 디렉터로 살아오면서 이제 사춘기가 되었다. 부모가 바로 옆에서 돌봄과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않아도 당장 불만족이 생기지 않는 시기다. 그래도 부모가 곁에서 적절한 모델링과 비계(scaffolding : 아동이나 초보자가 주어진 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유능한 성인이나 또래가 도움을 제공하는 지원의 기준이나 수준)는 필요하다.
부모와 심리적인 거리가 생기면서 부모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시행착오, 방법론, 태도, 가치관 등 배우고 싶은 면도 있으나 다른 면으로 변화를 주고 싶은 부분도 발견하게 되는 시기다. 이 시기에 동료들 다른 부모의 모습 속에서 새로운 면들을 생각한다. 부모와 자신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서 다른 면을 보게 된다.
나는 누구인가?
심리극 디렉터로 성장하면서 심리극의 부모와 애착(Attachment : 부모나 특별한 사회적 인물과 형성하는 친밀한 정서적 유대)을 경험했고, 이제 분리(Seperation : 아이가 어머니와의 공생적 융합(symbiotic fusion)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를 바라보게 된다.
분리의 시기의 이전과 이후를 어떻게 경험하느냐에 따라 부모가 내 곁에 있지 않아도 자신, 타인, 세상에 안정감을 경험하고, 여전히 그들이 내 곁에 있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본다. 발달심리학에서는 이를 대상항상성(Object Constancy)으로 설명한다. 중요한 정서적 애착의 대상이 눈에 보이지 않을 때에도 여전히 존재하며,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심리적 상태이다.
- 누군가의 부모가 된다는 것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부모가 된다고 말한다. 사회적 역할로는 부모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냥 엄마, 아빠가 아닌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 심리극의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자격증만 가지고 있는 부모가 아니라 돌봄과 욕구를 잘 바라보고 적절한 거리 안에서 자율성을 부여해주고 싶다. 참 어려운 일이고 과거의 나의 부모가 보여준 모습이기도 하다. 부모는 참 어렵지만, 삶을 폭 넓게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세상을 이롭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안에 마음을 우두커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오늘도 더디지만, 난 한 걸음을 내딛는다.
가수 양은희씨의 노래로 글을 마무리한다.
공부해라 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
성실해라 나도 그러지 못했잖아
사랑해라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너의 삶을 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