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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온 Jun 15. 2017

몰입과 관조

심리극 디렉터 시선으로

젤카 모레노가 32세 때이다. 오늘 그녀의 생일. 살아있다면 100세가 되었다.


진실을 주면 진실을 받는다.
집단에게 사랑을 주면 그것은 당신에게 사랑으로 되돌아올 것이고, 자발성을 주면 자발성이 되돌아 올 것이다.

- Moreno, 1953:114


2017년 6월 13일 (화) 날씨 : 흐림
오늘은 모레노의 아내, 젤카 모레노의 생일이다. 만일 살아계셨다면 오늘이 100세가 되는 날이다. 오늘 나는 젤카를 32세 사진으로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젊은 시절 디자이너였다. 너무 아름답다.
내가 오늘 젤카를 만난 것처럼. 심리극은 지금-여기에서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다. 심리극 무대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누군가를 만난다. 만남은 나에게 새로운 경험과 영감을 안겨 준다.


너도 그러니, 나도 그래


오늘은 친구를 만났다. 반복된 일상을 살다 보니 굴레 안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는 친구에게 말했다. “나도 그래.” 친구의 모습 안에서 나를 보았다. 우리는 세상 안에서 주어지는 다양한 역할로 인해 틀에 얽매이게 되고 유연한 모습이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심리극 안에 푹 빠져 있는 모습을 누군가가 남겨주었다.


심리극 디렉터도 사람이다.
상황에 적절히 반응하는 힘은 줄어들고,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도 적어짐을 알게 되었다. 하이터치 직업군이라 말하는 돕고, 돌보고, 봉사하고, 가르치고, 치료하는 분야 일수록 ‘소진’을 쉽게 경험한다. 소진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극도의 피로를 느끼는 현상을 일컬어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이라 말한다. 말 그대로 다 타버려 남은 것이 없다는 의미이다.


난 치료사 뿐만 아니라, 경영, 영업, 홍보, 마케팅, 행정까지 다양한 역할이 있다. 업무를 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자기 자신을 변화의 도구로 사용하면서 어떻게 하면 소진을 예방하고 전문가로서 생명력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타인 보살핌과 자기 보살핌 사이에 어떻게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까?"였다.

다행히 심리극 안에서 소진 예방 과정이 있었다. 바로 준비 단계이다. 마치 운동선수처럼 달리기를 하기에 앞서 몸을 풀고 마음의 준비를 한다. 생각해보면 심리극 디렉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하는 일을 하기에 앞서 독특한 의식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심리극 디렉터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도 지도자와 동료들을 보면 스스로 생각이나 기분을 고양하는 행동들을 한다. 음악을 틀고 춤을 추거나, 좋아하는 색의 천을 의자 위에 두르고 자리에 앉는다. 나는 주로 주변에서 주의를 거두고 호흡을 천천히 들이쉰다. 사소해 보이지만 무대에 올라가기 앞서 온전히 지금 여기에 머물기 위한 의식과 같다.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심리극 집단의 모습, 꽃처럼 이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선을 만들다.
심리극 디렉터는 집단원과 준비단계, 본극단계, 나누기 단계를 거치면서 집단원들과 비밀스럽고 안전한 경계를 만들어 낸다.  아주 오랜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심리극의 과정은 탁월한 마음의 경계를 만들어 낸다.

심리극 디렉터는
흔들림 안에 서 있다.

마음의 경계가 무너질 때는 현실과 이상의 불균형에서 온다. 그럴 때 일수록 적절한 경계 안에서 균형을 경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화 중에 '카모메 식당’이 있다. 주인공은 일본을 떠나 핀란드에서 '오니기리(おにぎり)'라는 일본식 주먹밥을 판다.  그녀는 장사가 안되거나, 잘 되더라도 항상 일상 안에서 중심을 잃지 않는다. 심리극 디렉터는 흔들림 안에 서 있다. 이 균형감은 드라마 안과 밖에서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힘이다. 나는 스스로를 바라볼 수 있는 힘이 몰입과 관조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심리극은 결국, 만남이다.


심리극 디렉터가 몰입과 관조가 유연하게 되려면 정서적으로 안정감 있는 일상과 그 안에서 적절히 새로운 경험과 만남, 그리고 교감을 나눌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로만 채워진 심리극 디렉터의 드라마는 그 생명을 잃기가 쉽다. 그러기에 심리극 디렉터는 일상을 향유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것을 '놀이정신'이라 말한다.

나는 심리극 디렉터가
일상을 향유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는 그것을 '놀이정신'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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