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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인드온 Dec 25. 2017

심리극, 그리고 아픈 기억

심리극 디렉터의 시선으로

기억은 저절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자신의 삶과 관계될 때 기억하는 것이다.

- Alfred Adler(1958)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다. >

  내담자는 피빛이 가득찬 눈으로 입술을 말아 다물고 있었다. 나의 말 한마디를 듣고 그는 호흡은 점점 빨라졌다. 온몸을 경직된 상태로 긴장이 가득찼다. 내담자는 갑작스럽게 휘발유처럼 갑작스럽게 타오르고, 격앙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귀가 멍했다.

  그는 호흡이 휘몰아치고, 집단상담실을 나가려고 날뛰었다. 눈마주침은 있을 수 없고, 더 이상 감정의 멈춤은 없이 달릴 뿐이었다.  그를 막으려 3명의 사람들이 잡았지만 속수무책. 바닥을 구르고 잡고. 180cm이상 큰 체구의 내담자가 힘이 빠졌는지 호흡을 가쁘게 쉬고 있었다. 콘크리트 벽을 머리로 들이 박으며 오직 이 곳을 벗어나려했다.

  보건교사가 달려와 맥박과 호흡, 혈압을 체크했다. 호흡 확보를 위해 옷을 조금 풀고, 편안하게 앉도록 했다. 어느새 30여분의 시간이 지났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위협을 받는 다는 건 매우 혼란스러운 경험이다. 심리극 디렉터로 활동하면서 내담자에 의해 경험했던 몇 번의 위협적인 행동은 심리적 외상이라 느낄 만큼 데미지가 크다. 내담자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의 발현이 당황스럽겠지만...

  심리극을 실천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짧은 순간에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적 접촉은 매우 강렬하다. 이 과정에서 주인공이나 참여자들이 보여지는 감정의 표출은 참여자들 뿐만 아니라 심리극을 안내하는 디렉터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심리극 디렉터 뿐만 아니라 상담자도 마찬가지다. 언제 어느 순간에 일어날 수 있는 내담자의 감정의 표출 또는 갑작스러운 감정의 행위화로부터 치료사는 안전한 방식으로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상담/치료 물리적 환경에서 안정성이 보장되어야한다. 상담 과정에서도 이부분이 필수적으로 구조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는 동안 살펴보니 몸 이곳 저 곳이 멍 투성이다. 내가 이러려고 심리극을 했나(?)라는 생각도 든다. 아까 그 사람을 안정시키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지만 '참 인간적으로 너무 한다.'라는 마음도 든다. 그는 먼지투성이가 되어 바닥을 같이 굴렀던 내가 안보였나? 심리극하는 과정도 인간관계의 장이다. 그가 현실에서 어떻게 살았는가? 생각해본다. 온몸이 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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