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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May 26. 2023

<2-2화>만성 위염을 이겨내는 법

자세가 소화력을 망친다

위염을 달고 살던 내게도 볕 들 날이 왔다.
위장약 없이도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내 서랍 안에는 늘 상비약으로 병원에서 받아놓은 위장약이 있었다. 하지만 더 이상 내게 위장약은 상비약이 아니다.


첫째는 효소를 먹기 시작하면서 위염이 사라진 것이었고

둘째는 식습관을 바꾼 것

셋째는 복부 근막을 늘리고 위장 운동을 촉진시킨 것, 즉 운동이었다.


신랑이 들어갔던 풋살팀의 구단주가 아주 오랫동안 소화 문제를 겪어왔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소를 만들어 팔고 있다고 했다.


믿거나 말거나, 주는 거니 한번 먹어보자 시작한 게 처음엔 방귀가 엄청 나오고 설사를 했다.


"자기야.. 배가 부글부글 거려.."

"나는 그냥 소화가 엄청 잘 되는데?"

소화력이 떨어진 나에게만 있는 증상이었나 보다.


그렇게 며칠 먹고 나니 설사도 사라지고 식사 뒤에 반드시 찾아오던 더부룩함도 함께 사라졌다.


일 년이 지난 지금은 효소를 먹지 않아도 속이 쓰리지 않게 되었지만 탄수화물을 잔뜩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한 건 여전했다. 그렇게 내게 탄수화물이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칼국수 같이 밀가루가 잔뜩 들어간 식사를 하고 나면 배가 터질 것처럼 부푼다.


"우와아! 나 배가 터질 것 같아!"

"히익? 뭐야? 밥 먹으니까 만삭 임산부가 되는데?"

라며 신랑이 장난을 치곤 했다.


소화력이 떨어져서 가스가 가득 차는 것.

매운 것을 먹으면 속이 자극되어 다음날 아침까지 속이 불편하다.

그렇게 이런저런 관찰을 통해 속에 가장 도움이 되는 식사를 찾아 내 것으로 만들었다.



생활습관의 변화와 운동


먹고 그대로 드러눕는 습관이 있던 나는 안 그래도 좋지 않던 위장에 문제를 키워왔다.


식사 뒤엔 아무리 피곤해도 똑바로 앉아있는 신랑을 보며 질문을 했었다.


“왜 피곤한데 안 누워?”

“바로 누우면 소화가 안 돼.”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습관을 바꾸기 시작한 지금은 밥 먹고 눕고 싶으면 스쿼트를 20번 하고, 벌러덩 눕는 대신 비스듬히 앉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렇게 위장 장애를 약 없이도 이겨낼 수 있다는 걸 배웠다.


그리고 마지막, '근막'.


이걸 설명하기 위해 멀리 돌아왔다.


내 필라테스 이론은 단순히 운동 원리에만 머무르지 않고 생활 습관, 자세 등을 모두 포함하기에 설명이 자꾸 옆으로 새는 것 같지만 꼭 필요한 것들이란 걸 알아주었으면 한다.


몸에는 근육을 감싸고 있는 근막이라는 것이 있다.


근육은 각각이 따로 떨어진 개념이지만 근막은 모든 것을 잇는, 연결하는 개념이다.


복부를 예로 들면 골반이 말려서(posterior pelvic tilt) 배가 짧은 사람들에게 대부분


“장요근이 짧아서 그래요” 라던지

“복직근이 너무 단단해요” 하는 등의 개념을 대입한다.


일부는 맞지만 그것 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게 너무나도 많다.


복직근을 늘리고 장요근을 늘린다고 위장의 운동이 개선되지는 않는다.


나는 목에서부터 가슴, 복부, 치골까지 연결된 근막의 표면 전방선 전체와 호흡근을 모두 사용하게 만든다. 그러면 그 속에 있는 장기의 움직임까지 개선시키며 위장, 소장, 대장이 운동을 하여 소화능력이 향상되고 변비도 해결되어 똥배가 들어간다.


"선생님.. 저 그날 운동하고 집에 가서 화장실을 너무 잘 가더니 1kg가 줄었어요.."

라고 수줍은 고백을 하신 분도 있었다.



다시 의대생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골반이 후방으로 말려 늘 배를 쏙 넣고 엉덩이를 떨어트리고 서있는 민준이는 어린 나이임에도 소화능력이 좋지 않다. (물론 타고나기를 약하게 태어난 이유도 당연히 있다.)


“오늘 왜 골반이 더 말렸지? 소화가 더 안 됐어요?”


라고 물으면


“아.. 어제 술을 좀 많이 먹어서.. 하.. 하하..”


라며 대답한다.


이런 식으로 서있는 자세만 봐도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알 수 있을 정도다.


속이 안 좋아 배를 움츠리고 나면 골반이 더 뒤로 밀려나 엉덩이나 허벅지 뒤쪽 근육을 전혀 쓰지 않는 체형이 되어버린다.


치골에서 목까지 연결되는 부분을 스완자세(upward dog), 백밴딩, 가슴 스트레치 등으로 늘려주고 허벅지 뒤쪽 근육과 엉덩이를 살려준다.


“골반 말지 말고, 꼬리뼈 들어 올리고, 아랫배 집어넣고. 오케이!”


내 오케이 사인이 떨어질 때쯤엔 바지 핏이 바뀌어 있다.


“오~ 허벅지가 벌써 들어갔네요.”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개도 아니고 의대생인 민준이는 웬만한 강사들보다 보는 눈이 좋다.


집에 갈 때쯤엔 엉덩이가 퐁 올라와있고 쪼그라들었던 복부가 늘어나 어깨도 덩달아 펴져있다.

그리고 속이 한결 편하단다.



소화가 되지 않는다고 약을 매일 먹고 있다면,

위가 너무 아파서 어깨까지 움츠러들었다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


배를 자주 늘려주는 스트레칭 습관,

대사 활동을 늘려주기 위한 스쿼트 습관,

위장을 자극하지 않는 식습관,

먹고 바로 눕지 않는 습관 등.


위장 장애는 약한 위를 타고난 것도 있지만 그 약한 위를 아프게 하는 후천적 요인을 반드시 갖고 있다.


남들보다 더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잘 받거나, 움직임이 적거나, 매운걸 많이 먹거나, 밤늦게 먹거나, 몸을 움츠리고 있는 등..


요인은 너무나 많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 한 가지씩만 바꿔 나가도 약 없이도 살 수 있는 날이 온다.


반드시 온다.


나 또한 스스로를 고쳐보았기 때문에 회원들에게 강력하게 주장한다.


“제가 다 해봤어요. 저는 거의 죽다 살아났기 때문에 회원님도 반드시 하실 수 있어요.”


그런 나를 믿고 따라주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남들보다 많이 아파보고 약한 몸을 타고난 내게 필라테스 강사는 천직이 아닐까 싶을 때가 많다.


타고나길 튼튼하고 무던해서 아파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나 같은, 혹은 우리 같은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니까.


술 먹고 배가 쪼그라드는 의대생 민준이는 운동하고 가면 쫙 펴진 배로 아무렇지 않게 다시 맛있는 식사를 한다.


민준이에게.

이제 곧 본과로 진급하면 술도 더 못 먹겠지?

너처럼 위가 약한 사람들은 술 먹으면 안 돼~

이제 막 대학생이 되었으니 지금은 좀 마시고

나이 먹으면 술 끊자. 하하하.


출처: yogauonline, keepfitkingdom, vision quest coaching
근막의 표면 전방선을 늘려주고 위장을 자극해 주는 자세.
아랫배를 최대한 집어넣고 엉덩이의 윗부분에 자극을 주도록 집중하는 것이 포인트.

대부분 엉덩이 아래쪽만 조이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경우 내장이나 심부 근육까지 제대로 자극을 줄 수 없다.


다음 화 예고:


"선생님 저 이노무 통증 때문에 죽겠어요."

10년간 안고 살던 등의 통증이 점점 심해져 일상을 좀먹기 시작한 다경님. 유명하다는 한의원에 수백만 원을 써도 나아지지 않던 통증이 단 3개월 만에 사라졌다?

디스크를 가진 어머니도 진통제를 끊게 된 극강의 통증관리 이야기.


(등장인물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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