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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May 25. 2023

<2-1화> 자세가 소화력을 망친다

소화가 잘 안되는 의대생

1화도 그렇고 이번에도 의사, 아니 이제 막 의사가 되려는 의대생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한다.


반포동에 있는 센터인 만큼 의사들이 정말 많이 온다.


하지만 이번엔 의사가 아닌 의사 지망생.


고1 때부터 나랑 운동을 해온 이 친구, 민준이는 작년에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해 이제 벌써 의대 2년 차가 되었다.


중3 때부터 필라테스를 시작했지만 선생님을 여럿 바꾸다가 나를 만나 정착했다고 어머니가 알려주셨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 일수록 학창 시절에 꾸준히 운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 센터에서 서울대 경제학과, 고대 의대, 이대 의대 등 명문대를 간 학생들은 수능 직전까지도 매주 빼놓지 않고 운동을 꾸준히 왔다. 반면 시험기간이라서, 수능이라서 등 다양한 이유로 운동을 그만둔 학생들은 단박에 합격하지 못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자기 관리가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운동을 하고 나면 집중력이 좋아진다고 하더라.


아무튼, 이 학생은 공부를 하다 보니 엉덩이가 퍼지고 어깨가 굽고 목이 자꾸 아파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다른 센터에서는 이상하게 운동을 하고 나면 두통이 오거나 목에 담이 온다고 센터를 바꿔보고자 왔다고 했다.


그렇게 나랑 주 1회 운동을 하는데 딱 3회 후 푹 퍼졌던 엉덩이와 허벅지가 얇아지는 걸 보고 어머니가 마음이 꿰여 끊지 못하고 지금까지 보내시는 것.


그리고 학생이 강력 추천해서 지금은 민준이의 어머니까지 매주 운동을 오고 계신다.



[소화가 안 되는 자세]


나도 연세대학교를 졸업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경우보다는 머리가 좋다는 자신이 있다. 하지만 어디 감히 의대생 앞에서 공부를 논하겠는가.


근데 이 학생이 보기엔 자기가 봤던 필라테스 선생님 중에서 나처럼 머리 쓰는 사람은 처음 본 것 같았다.


“엉덩이가 퍼지고 허벅지가 튀어나오는 사람들의 특징은 다 골반이 떨어져 있어. 근데 이 골반이 떨어진 사람들이 또 특징이 배를 조이고 서있지. 이런 경우 상당수가 위가 안 좋아서 소화가 잘 안돼.


“헐. 어떻게 아셨어요? 저 소화 진짜 못 시키는 편인데..”


체형만 보고도 학생의 특징을 정확히 꿰뚫었다.


"위가 안 좋으면 배가 아프니까 몸을 움츠리기도 하고 반대로 그렇게 움츠리고 있으면 소화가 잘 안 되기도 하지~"


골반이 뒤로 말린 체형 (출처: backintelligence.com)



[내 몸을 고치며 배우다]


회원들에 대해 설명을 하자면 항상 나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나는 대부분의 필라테스 이론을 내 몸을 통해 익혔기 때문이다.


지금은 클라이밍을 하고, 어깨가 떡 벌어지고 턱걸이를 보조 없이 11개를 할 수 있을 만큼 강해 보이는 나는 타고나길 매우 약하게 태어났다.


출생 당시 체중 2.6kg.

10달을 다 채워 나왔는데도 이모양이다.


2.6kg 미만의 아이들은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지만 나는 달수도 채웠고 키로수도 가까스로 채워 그대로 세상에 던져졌다.


하지만 12월에 태어나 남들보다 체구도 훨씬 작은 데다 몸무게도 늘 최하위권인 나는 매년 감기로 40도 고열에 시달리며 학교를 일주일씩 못 나갔었다.


그 때문에 초등학교, 중학교 내내 개근상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다.


학교에선 가장 몸이 작았고, 약했고, 아팠다.


그러나 깡다구만큼은 남에게 뒤지지 않게 있어서 뭐든 지지 않으려 열심히 했다.


체력장이 열리면 늘 1등급을 차지했고 달리기는 늘 전교 3등 안에 들었다.


키는 밑에서 5% 정도밖에 되지 않는 꼬꼬마가 운동능력만큼은 상위 1%였던 것.


그것이 날 여기까지 끌고 와준 힘이었으리라.


이렇게 보면 그리 약했던 게 아닐 수는 있겠지만 기억 속의 난 정말 항상 아팠고 약을 달고 살았다.


*****


대학 졸업 후 직장에 취업하고 나니 몸이 점점 안 좋아졌다.


“나 힘이 없어서 도저히 걸을 수가 없어.”

라고 할 정도로 서있기조차 힘들었다.


출근, 일, 퇴근


운동 없이 이렇게만 반복하니 타고나길 약한 몸인지라 단 1년 만에 서있기 조차 힘든 몸이 되었다.


허리가 너무 아프고 다리가 저려 디스크가 의심됐지만 단순히 엑스레이 상으로는 보이지 않으니 필라테스를 해보라고 하더라.


그렇게 시작한 필라테스.


처음엔 체력이나 기르고 허리나 고쳐볼 요량이었지만 점점 몸매가 좋아졌다.


“민정주임~ 엉덩이가 왤케 예뻐~?”


살면서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외국에선 여자끼리도 이런 말은 하면 안 되지만 우리 사회에선 여자들끼리 이런 말쯤은 스스럼없이 터져 나왔다. 나도 기분이 좋았다.


그 후로 사이클, 클라이밍, 등산 등 다양한 운동을 시작하고 필라테스 강사로 직업까지 바꾸게 되었다.


그런 나도 도저히 바꾸기 힘들었던 것,


바로 ‘위장장애.’


회사를 다니는 동안엔 위경련에 위염을 달고 살았다.


스트레스로 인한 위장장애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회사를 그만두고 스트레스가 사라졌음에도 위장 장애는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뭘 먹기만 하면 속이 쓰렸고 때론 위산이 역류해 목이 쉬었으며 장이 꼬이는 느낌도 자주 들었다.


위염 약을 늘 달고 살았었다.


지금은 어떨까?


얼마 전 라오스 여행에서 생과일을 아무 생각 없이 먹고 멀미약을 먹고 배탈이 난 뒤로 두 달 정도 고생하긴 했으나 그 외에는 대체로 멀쩡하다.


약을 안 먹은 지도 1~2년이 넘었다.


워낙 어머니도 위염을 달고 살았기에 이것 또한 유전이라 생각하고 평생 갖고 살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또한 치유가 가능한 분야였다.


<2화-2>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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