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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May 26. 2023

<3-1화> 선생님 저 좀 살려주세요

원인 모를 등 통증에 잠 못 이루는 이야기

워낙 재활을 위주로 운동을 시키다보면 정말 세상에 통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구나 할 정도로 다양한 아픔을 보게 된다.


그 중 가장 특이했던 분은 바로 다경님.


필라테스, 헬스를 여기저기서 아주 오래했다고 하시는데 운동을 잠깐만 안해도 등이 너무 아파서 죽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손으로 통증 부위를 가리키는데 보통 목디스크가 있는 사람들이 아파하는 날개뼈와 척추 사이도 아니고 측만이 있는 사람들이 아파하는 튀어나온 척추 부분도 아니다. 이 분이 아파하는 부위는 정말 등 한가운데, 척추의 정 가운데 어딘가.


"여기, 여기가 너무 아픈데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라서 제가 침도 맞아보고~ 유명하다는 병원도 다 가보고~ 근데 안 없어지더라구요.."


통증의 위치는 손으로 눌러서 아픈 부위도 아니고 주먹으로 때려야 느껴지는 저 깊은 어딘가라고 하셨다.


처음에 얘기만 듣고는 대체 무슨 통증인지 이해가 안됐다.


“일단 운동 하면서 왜 그런지 알아볼게요~”



[고난의 시작]


그러나 이분은 극한의 몸치라고 해야할까.


내가 지시하는 어떤 말도 그분에게는 전달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오른 무릎 구부리시고~”

라고 하면 양 다리를 완전 쪼그려 앉았으며


“오른팔을 뻗어주세요~”

라고 하면 어깨를 으쓱 쪼여 올렸다.


그 분도, 나도 너무 힘든 시기였다.


“어깨를 내려보세요~”

“하 진짜, 대체 어깨를 어떻게 내리라는건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왜 자꾸 내리라는 건데요?”


갑자기 벌떡 일어나 화를 내셨다.

잠시 생각을 했다.

포기하고 그분이 하는대로 둬야할까?

하지만 나는 어떤 것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회원님. 아마 그동안도 회원님이 설명하는 것들을 이해하지 못해서 강사들이 그냥 넘어갔을 거예요. 서로 힘들다는걸 아니까요.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걸 알게 만들라면 너무 힘들거든요. 근데요,”


다경님은 조용히 얘기를 듣고 계셨다.


“제가 여기서 회원님 하고싶은대로 그냥 두고 힘쓰고 시원하게 할 수 있지만 그러면 아마 등 통증은 평생  거예요.”


다경님은 내가 대체 무슨말을 하려나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근데 제가 말씀드리는걸 이해하려 노력하시고 이걸 수행할 수 있게 되신다면 통증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거예요.”


다경님이 한숨을 한번 푹 쉬었다.


“원하는대로 해드릴게요. 하기 싫으시면 그냥 전신 운동만 할까요?”

그녀가 다시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라구요?”


그렇게 우리의 고된 여정은 다시 시작되었다.


다경님은 SKY대학의 법학과를 나와 현재도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을 정도로 똑똑하신 분이다.

그러나 처음으로 소개했던 대학병원 의사 회원님처럼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 중에는 운동엔 젬병인 경우가 많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시간동안 신체활동보다 학업활동을 우선시 했기 때문에 타고난 운동 신경이 있지 않는이상 운동을 잘 할 수가 없는 환경이었음이 당연하다.


이런걸 보면 미국에서 자라나 공부도, 운동도, 기타 활동도 모두 경험하게 되는 아이들이 부럽다.


말도 안되는 학업 경쟁 속에 있지 않아도 되니 운동할 시간이 충분하고 어릴때부터 운동을 배운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확실히 몸 쓰는 데에 다른 모습을 보인다.


아무튼, 어릴 때부터 운동은 포기하고 살았던 다경님에겐 몸을 마음대로 다루는게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어깨 내리세요 어깨!”


무슨 동작이건 날개뼈를 안으로 한껏 집어넣는 습관때문에 동작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손으로 눌러 내리고 수없이 반복하고, 그렇게 3개월이 지나고부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선생님. 제가 그동안 등이 너무 아파서 진짜 비싼 한의원에 가서 수백만원을 써보기도 했구요, 먹지 말란거 안먹으면서 온갖 고생을 다해봤는데 차도가 하나도 없었거든요? 근데 요즘은 진짜 운동을 안하면 잠깐씩 아플까 말까 해요.”


드디어 통증이 느껴지지 않기 시작한 것이었다.


“제가 그동안 수십년간 운동을 배웠지만 선생님처럼 저를 바꾸려고 하는분은 처음이었어요. 너무 감사해요.”


거의 울먹이는 표정으로 감사를 전한 마음에 덩달아 내 마음까지 울컥해졌다.


쉬운 길도 많았다.

회원들을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운동법으로 때려넣으면 하루 10개의 수업도 가능하다.


아무 생각없이,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되니까.


근데 나는 수업을 하나 하고나면 너무 힘들다.


그들이 나를 보지 못하는 순간이 오더라도 지금처럼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움직임 자체를 바꿔서 몸 쓰는 방법을 바꾸게 해주려면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움직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단순히 운동을 시키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의 습관을 바꿔주는 것.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될까 말까 한 일이니 대충 해서는 안되는게 당연하다.


출처: newcastlesportsinjury

다경님의 통증은 위도, 아래도 아닌 저 사이 어딘가의 통증이었다.


3-2편에서 계속..


예고편:

디스크 통증으로 제대로 앉지도 못하던 다경님의 어머니가 20회 만에 진통제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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