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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듕쌤 May 27. 2023

<3-2화> 선생님 저 좀 살려주세요

디스크 통증에 마약성 진통제를 드시던 70대 회원님

등 통증에 잠 못 이루던 다경님이
이제는 골프를 배우기 시작하셨다.


“날개뼈를 양쪽으로 벌리세요.”

“어깨를 내리고 팔을 드세요.”

“팔이 저릿할 만큼 신경까지 늘어날 수 있게 손바닥을 양 옆으로 쭉 밀어내세요.”


이 말이 이해가 안 된다면, 혹은 팔이 너무 저려 스트레칭조차 할 수 없다면 당신도 어깨나 목, 날개뼈 주변 어딘가에 통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렇게 바꿔놓고 나면 한두 달 정도 해외여행을 다녀와도, 운동을 한참 하지 못하고 다시 봤을 때도 통증이 돌아오지 않는다.


“선생님~ 이제는 다시 안 아파요~”


회원들에게서 이런 말을 들어야만 마음이 놓인다.


내 회원들은 대부분 어디가 아파서, 안 좋아서 추천을 받고 나를 찾아오기 때문에 초반  달간은 운동을 일주일만 못 와도 다시 아프다.


하지만 나와 몇 년간 운동을 같이 한 분들은 이제 아파서 운동을 오는 게 아니라 운동을 안 하면 뻐근하고 답답하니 그저 운동을 평생 함께 해야 할 동반자로 생각하고 올뿐이다.



약 2년이 지난 지금, 다경님은 언제 등 통증이 있었냐는 듯 통증을 느끼지 않은지 1년이 넘어간다.

덩달아 몸을 쓰는 것도 전과는 다르게 상당히 좋아졌다.

평생 시도하려다 도저히 안 돼서 포기했던 골프도 다시 배우기 시작하셨다고 한다.


거의 10년 넘게 고생을 해왔는데 그게 단 3개월 만에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허무하기도 하지만 참 다행이기도 하다.


황당하지 않은가?

10년 동안 아파온 회원이 어떻게 3개월 만에 나을 수 있지?

10년 동안 아팠던 사람이 바보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본인의 경우도 생각해 보면 늘 아파서 고질병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눈이 아프건, 두통이 있건, 턱이 아프거나 무릎이 삐걱거리는 등.


거슬리고 불편하지만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평생을 같이 지낸다.

이제는 그 불편함을 통증으로 느끼지도 않는다.

아픈데 없냐고 물으면 없다고 하다가도 한참 운동하다 물으면 그제야 대답한다.


“혹시 무릎 불편하지 않으세요?”

“아 맞다. 저 사실 무릎이 항상 안 좋아서 엄청 조심하고 살아요.”


아픈 것도 까먹고 평생 살고 있단다.


운동을 하다 보면 그런 통증이 어느새 사라져 있다.


처음에는 통증이 다시 돌아오다가도 어느 순간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나 그 순간까지 가는 길은 매우 괴롭고 힘들다.


“선생님. 저 이거 안 하면 안 돼요?”

라고 말하는 운동이 대부분 꼭 필요한 운동이다.



디스크 수술은 죽어도 싫은 백억 대 자산가 이야기


어느 날은 다경님의 어머니가 찾아오셨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다경이 엄마입니다.”

“안녕하세요~~ 목동에서 여기까지 오시기 힘드셨죠?”

“아이고~ 말도 마세요~ 차 타고 한 시간 걸려서 딸네에 주차해 놓고 10분 걸어왔네요.”


그 먼 길을 달려서 내게 온 이유는 다름 아닌 디스크 때문.


디스크 통증 때문에 잘 앉지도, 돌아눕지도 못하는 분이라 병원에선 수술을 권한단다.


“제가 올해로 나이가 70이에요. 저는 절대 수술하기 싫은데 병원에선 수술밖에 방법이 없다고 그러데요? 근데 딸애가 엄마. 여기 꼭 한 번만 가 봐. 이 선생님은 진짜 달라.라고 해서 멀어도 와봐야겠다 싶어서 왔어요~”


그렇게 목동에서 반포까지, 운전해서 1시간이 꼬박 걸리는 길을 일주일에 한 번씩 오기 시작하셨다.


등이 아파 죽겠다고 하던 따님처럼 어머님은 다리가 너무 저려서 못살겠어서 시작한 재활운동.


고된 여정이 다시 시작됐다.


“엎드려서 다리 하나를 들어보실게요.”

“이렇게? 으쌰! 으쌰!”


열정이 넘치던 70세 순자 님은 작은 하나라도 더 배워가려고 열심히 하셨지만 70 평생 쌓아온 습관을 바꾸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어릴 적 왼발을 다쳤는데 그냥 방치해서 발에는 변형이 와있었고 그 발을 안 쓰면서 골반에 심한 불균형이 왔다. 까치발을 하는 것만으로도 발에 통증을 느낄 만큼 무지외반증이 심하게 진행이 되어 있었다.


“한쪽 발을 못쓰니까 다른 한 다리만 쓰시던 게 습관이 돼서 골반이랑 척추에 변형이 왔어요. 수술할 정도의 통증이라면 빨리는 안 나을 거예요.”


꾸준히 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계셨지만 빨리 낫지 않는 통증에 조급해지는 모습이었다.


“아이고~ 약을 맨날 먹어요~ 안 먹으면 잠도 못 자고 아주 죽겠어.”


강력한 진통제로 버티고 있는 모양이었다.



목동에서 왕복 2시간,
디스크 수술은 죽어도 싫다며 재활을 위해
먼 길을 달려오셨다.
그리고 20회 뒤, 하루 한 번씩 드시던 독한 진통제를 끊게 되는데...



내게 오는 회원들의 특징은 거의 비슷하다.


여기저기 병원을 전전하고도 해결이 안 됐고,

운동을 했는데 운동을 잘못해서 더 아파지기도 해 보았고,

오랜 시간 낫지 않으니 그냥 아픈 대로 살다가

누군가의 추천으로 오게 된 것.


"xx랑 얘기하는데 제가 허리 아프다고 하니까 선생님한테 가보라고 해서 와 봤어요."


아주 오랜 시간 아파했고, 모든 방법을 다 써봤으며, 차도가 없어봤다.


그러니 나을 거라는 확신이 안 드는 건 당연했다.


그렇지만 나이 70에 주 1회, 가끔 못 오는 날도 있었지만 20회 정도 오니 상황은 급변했다.


“저 요즘 진통제 안 먹어요. 어~ 아주 신기하더라니까? 가끔 어떻게 하면 아프긴 한데 이제 약 안 먹어도 살만해~”


그럼 난 항상 열심히 와준 회원을 칭찬한다.


“회원님이 열심히 오시고 집에 가서도 꾸준히 복습하신 덕분이에요~!”

그럼 회원은 되려 날 치켜세운다.


“아이고~ 다 선생님이 잘 가르쳐주신 덕분이죠~”


그렇게 같이 기뻐하는 시간을 갖고 다시 운동을 시작한다.


70세, 여자, 디스크 및 협착증이 심각해 수술밖에 방법이 없던 회원님이 약 없이도 살 수 있게 되었다.


좀 더 가까이 살아서 자주 뵐 수 있었다면 더 빨리 나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완치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희망을 본 것이다.


협착증이 함께 있는 경우라면?
디스크와는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디스크만 있는 회원들은 통증 관리가 매우 쉽다.


엉덩이 위쪽과 아랫배 쓰는 걸 배우고, 척추 주변을 감싸는 근육을 늘려놓고 기립근만 살짝 쌓아놔도 통증은 거짓말 같이 사라진다.


그렇지만 협착증 때문에 디스크가 앞으로 밀린 경우라면?


보통 엉덩이 쪽으로 디스크가 흘러나가던 것과 달리 이분은 협착증으로 신경이 여러 방향으로 동시에 눌리고 있는 것 같았다.


척추 사이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했지만 워낙 오랫동안 써온 습관들 때문에 쉽게 고쳐지지 않았다.



순자 님의 경우 엉덩이 운동을 주로 하던 다른 회원들과 달리 복부 운동을 우선시했다.


처음 만났을 때 비쩍 마른 몸에 비해 불뚝 튀어나온 배가 말해주듯 복부 근육이 거의 없다시피 했다.

척추를 감싸주는 근육이 없다면 척추에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지사.


10회 진행하고 나니 배가 쏙 들어가 옷이 헐렁해지기 시작했다.


“선생님. 요즘은 제 배가 예전보다 많~이 들어갔어요~”


20회가 지나니 말이 조금 바뀌었다.


“선생님. 요즘은 배가 아주 홀~쭉 해요. 그러니까 허리도 옛날보다 안 아픈가 봐? 어? 아주 신기해 죽겄다니까?”

아이처럼 밝은 얼굴로 웃으셨다.


여담이지만 다경님 말로는 어머니 순자님의 자산이 수백억 대에 이른다고 했다.


내가 보기엔 다경님 자신도 자산이 상당해 보였지만 어머니와 비교하면 한없이 부족하다고.


돈이 아무리 많아도 아픈 걸 해결해 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했다.


부자가 되면 뭐든 최고의 대접을 받으며 작은 문제도 뚝딱 해결할 것 같은데, 그건 또 아닌가 보다.


순자님의 운동 첫날과 9회 뒤 모습. 유난히 골반이 한쪽으로 밀려있고 발에는 변형이 와있다.


평생 디스크로 고생했고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가?


지금이라도 당장 집 앞 필라테스샵을 찾아보길 바란다.

만약 강사를 믿을 수가 없다면 이런 질문을 던져보아라.


“혹시 디스크 있다가 완치 돼보신 선생님 계신가요?”


어느 누구보다 그 통증을 잘 이해하고 잘 치료할 거라 믿는다.

다음엔 내가 어떻게 디스크 치료의 달인이 되었는지 그 일화를 설명해야겠다.



다음화 예고:


사고로 생긴 디스크 후유증, 병원에서 평생 갈 거라고 했다. 그 일은 내 인생을 바꾸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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